내용요약 적자 지속 배터리 SK온, 윤활유 SK엔무브 흡수해 재무구조 개선 시도
전기차 시장 경쟁력 확대 따른 수익 제고 기대…시너지 효과엔 ‘물음표’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대표적 캐시카우 계열사 SK엔무브와의 합병 카드를 꺼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노린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실질 시너지 효과 부족, 상장 무산 가능성 등 예측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을 결의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 비율은 1대 1.6616742(DCF 방식)로 결정됐다. 합병 법인은 오는 11월 1일 출범한다.

이번 합병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SK온 재무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본 보강 차원에서 추진됐다. 실제 SK온은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1077억원, 영업손실 644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로 보조금 2734억원이 반영, 손실 폭은 줄었다.

SK온과 합병하는 SK엔무브는 윤활유 기반 사업으로 매년 1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올려온 알짜 계열사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합병에 따라 SK온에 올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00억원의 즉각적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오는 2030년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로 사업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란 것이 SK이노베이션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합병이 SK온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근본적 원인 해결보다 SK엔무브를 활용한 ‘단기 처방책’을 썼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밝힌 시너지 효과에 대한 상반된 시각도 존재한다. 윤활유 사업(SK엔무브)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SK온)은 사실상 기술, 고객, 유통망 모두 별개 구조로 통합 시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지 미지수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활유 기술이 일부 냉각소재나 전해액 기술과 연계될 여지는 있지만 큰 폭의 시너지나 시장 확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총 8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도 나섰다.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통해 각각 2조원, 3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SK그룹 지주사 SK(주)도 SK이노베이션 유증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제3자 배정물량인 1조6000억원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힘을 보탠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까지 3조원을 추가로 확충한다. 그야말로 ‘배터리 일병 구하기’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합병 및 전환우선주(CPS) 매입으로 SK온은 당분간 상장 의무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과 계약에 따르면 애초 SK온은 오는 2026년까지 상장해 FI들이 약 3조5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해줘야 했다.

이는 내부수익률(IRR) 7.5%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이었으며 만일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FI들은 SK가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 이번에 SK가 이번에 FI들 지분을 전액 매입하기로 하며 이런 적격상장(Q-IPO) 조항은 일단 소멸됐다.

그러나 급한 불만 껐을 뿐 SK온은 결국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일단 매년 공장에 투입되는 자본지출(CAPEX)이 막대하다. SK온의 CAPEX는 지난해 약 7조5000억원, 올해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CAPEX를 대폭 줄이려는 노력에도 순차입금은 23조원이 넘는다.

재무 구조도 여전히 불안하다. SK온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251%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99.2%), 삼성SDI(89%) 대비 크게 높다. 이번 합병으로 일시적 자본 총계는 늘겠지만 고정비 부담이 큰 배터리 산업 특성상 지속적 흑자가 동반되지 않으면 재무 안정화도 요원하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SK온 IPO 무산 이후 알짜 계열사를 활용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는 이해되나 실질 성과 없이 수치만으로 포장하는 데 그치면 시장 신뢰는 더 떨어질 수 있다”며 “향후 기술·시장성 측면에서 보여주는 결과가 SK이노베이션 전체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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