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15% 관세 조건으로 대만에 ‘관세-투자 빅딜’ 요구
“한·일보다 높은 20% 관세율에 대만 주요 산업 ‘직격탄’”
라이칭더 대만 총통 대국민 담화 / 대만 총통부 제공
라이칭더 대만 총통 대국민 담화 / 대만 총통부 제공

| 한스경제(타이베이)=이상미 통신원 | 미국이 대만에 상호관세율을 32%에서 15%로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5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판 TSMC 설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일간 공상시보는 1일 미국으로부터 20%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은 직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요구 조건 중에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지분을 각각 49%, 51%를 투입한 ASMC(Americ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설립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15%의 우방국 관세율을 적용받으려면 5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신규투자와 함께 대만 폭스콘의 미국내 자동화 공장에 대한 1000억달러 추가 투자, 미국산 소고기·돼지고기의 전면 개방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매년 미국산 자동차 10만대 수입과 수입차에 대한 대만 관세 5% 인하도 대만 언론이 제기하는 미국 요구조건 중 하나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들에 예고한대로 상호관세율을 매기면서 대만에 대해서는 관세를 20%로 낮췄다. 이는 기존 관세율 32%보다는 크게 낮아진 것이지만 경제규모가 각각 2배, 5배 큰 한국, 일본의 15%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만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739억 달러로 한국, 일본보다도 많다.  

대만 정부는 앞으로 추가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당 관세가 일시적이라면서 대만에 더 유리하고 합리적인 세율을 위해 미국 측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 산업경제지식센터(IEKC)는 1일 산업기술기반연구 및 지식서비스계획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대만 상호관세 부과로 대만산 제품의 대미 수출 가격이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대만 경제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상호관세 15%를 부과받은 한국 및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대만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면서 이중에서도 전자재료, 공작기계, 생산용 금형, 플라스틱 등 4대 분야가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환율 등의 영향으로 인해 대만산 공작기계 산업의 미국 시장 수성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여기에 더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련 조사로 인해 대만산 반도체 소재·장비가 추가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관련 업계는 미국 측의 후속조사를 계속 주시하는 중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대만 산업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의 전략적 지위 약화와 대대만 투자 감소를 예측하기도 했다.   

상호관세 20% 부과 통보에 대해 대만내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대만 국책연구기관 중화경제연구원(CIER) 롄셴밍 원장은 대만의 외교적 한계로 인해 대만 협상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없어 협상 일정에 시간상 다소 불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최고 관심사인 중국과 협상을 위해 대만 변수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오는 7일까지 협상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전국 상업총회 쉬수보 이사장은 대만이 통보받은 세율 20%가 60점으로 "합격은 했지만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의 세율은 미국 우방국 중에서 최고 세율이라면서 정부가 어떤 카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15%로 낮출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내에서는 미국과의 이번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관세율 인하를 위한 정부의 카드와 전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상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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