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SS, 전기차 배터리 대비 수요 안정적…실적 반등 카드 부상
국내 배터리 3사, 전기차 성장 답보에 ESS 육성 전략 본격화
북미 시장 中 배터리 퇴출 기조에 현지 생산체제 확대 가속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연합뉴스 제공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연합뉴스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길어지며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사업 무게추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로 옮기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산 배터리 배제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은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지며 배터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소비자 보조금 축소와 경제 불확실성 탓에 신규 수요가 정체되는 양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 역시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부진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배터리 업계는 고정 수요가 꾸준하고 정책 지원이 활발한 ESS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ESS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저장, 데이터센터 전력 관리, 피크 부하 조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수요는 2024년 78GWh에서 오는 2030년 153GWh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견제 정책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비춰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해 최대 58.4%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2026년부터는 중국 등 외국 우려 기업(FEOC) 제품이 세액공제(ITC) 대상에서 제외된다. ESS 프로젝트의 경우 장비 가격과 세금 혜택 여부가 수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써 한국산 배터리가 가격·세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K-배터리 3사는 이런 흐름에 맞춰 북미 ESS 시장 선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잠식하고 있는 몫을 상당 부분 가져올 기회를 맞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올해부터 LFP 기반 ESS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2026년까지 연산 30GWh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해외 고객사 중심으로 ESS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현재 ESS용 배터리 수주는 생산 능력의 90%를 채운 상태다. SK온 또한 ESS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승격시키고 북미 중심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ESS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 배터리 업계 실적 반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끌어낼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가 장악했던 ESS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IRA를 통한 보조금 정책 기반으로 현지 생산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ESS 사업에도 위험 부담 요소는 존재한다.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잦은 화재 사고로 인한 안전성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K-배터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셀 간 열확산 차단 기술, 내열성 강화 패키지 등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진출 확대를 위해 ESS용 배터리 품질 인증 기준과 화재 대응 기술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ESS 중심 수출 금융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정체가 1~2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ESS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라며 “특히 북미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하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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