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쌓고도 걱정과 근심은 좀처럼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각 사 제공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쌓고도 걱정과 근심은 좀처럼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각 사 제공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쌓고도 걱정과 근심은 좀처럼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자이익이 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자장사'를 거론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고, 책무구조도 도입 첫 해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넷째 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이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0조325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 대비 9798억원(10.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끼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 충당금 부담이 사라졌고,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고르게 성장하며 역대급 실적을 시현했다. 

지난해 홍콩H지수 ELS 직격탄을 맞았던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한 3조43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입지를 탄탄히 다졌고, 신한금융도 3조원대 순이익(3조374억원)을 시현했다. 하나금융 당기순이익도 두 자릿수 증가율(11.2%·당기순이익:2조3010억원) 보이며 순조로운 상반기를 보냈고, 우리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당기순이익(1조5513억원·11.6%↓)을 보였으나 2분기(9346억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뜨거웠던 날씨만큼 실적도 '핫(Hot)'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이자이익'이 발목을 잡았다. 4대 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총 21조92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0조8106억원)보다 2818억원(1.4%)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이자이익은 경기침체 장기화의 시발점이 된 코로나 팬데믹 시절부터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매분기, 매반기, 매년 역대급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이자장사'를 통해 이른바 '실적 파티',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은행업은 특성상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타산업과 비교해 크기 때문에 공익의 목적이 강하다. 실제로 은행법 제1조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은행을 두고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또 하나의 공공재"라고 말할 정도로 은행의 공익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자장사' 논란은 여전하다. 4대금융 실적 발표 후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도 건전하게 성장·발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며 은행권 이자이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으로 발생하는 이자이익 대신 투자 등을 통한 '상생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은행 본업을 벗어나 공익 목적이 강한 새로운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유언의 압박'이나 다름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공익의 목적이 강하지만, 엄연히 민간기업인데 매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며 "은행권은 정부의 기대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비이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은행법을 보면 '은행업'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業)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간기업이 본업을 통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에도 엄연히 국책은행이 있지만, 매 정부가 바라보는 은행의 기대역할은 '국책은행'에 수렴되는 모양새다.

이뿐만 아니다. 은행권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금융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해는 책무구조도 도입 원년이고, 몇몇 은행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지만, 시중·국책은행을 가리지 않고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오전 9시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은행의 올해 상반기 금융사고 규모는 19건·1255억987만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올해 새로운 은행장을 들인 KB국민은행 과하나은행은 각각 6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KB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올해까지 진행된 금융사고가 있고, 하나은행의 금융사고액은 536억3599만원으로 은행권 최대 수준이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도 3건·302억975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을 통해 적정한 내부통제 절차와 거버넌스를 갖출 것으로 요청하는 동시에,책무구조도에 따른 관리의무·조치이행 현황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사고 책임자에 대한 엄정처벌 및 금융보안 의무위반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은행권 내부통제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이상징후 검사시스템·스마트 시재관리기·준법감시업무 강화·디지털·IT 감사업무 확대·내부제도 활성화·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 등을 통해 내부통제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업은 규제산업이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공공의 목적이 강한 산업임은 분명하다"며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때로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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