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가격 안정화 기금도 본격 논의
“제도 정착·기술 검증 동반돼야”…정책 실행력 관건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최근 수소와 암모니아가 탈탄소 전환 기조와 함께 국내 전략적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를 시범 도입하는 한편 암모니아 혼소 발전 실증 사업 확대 및 수소 가격 안정화 기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유·발전사와 정책당국이 손잡고 수소·암모니아 기반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나선 셈이다. 다만 제도 실효성과 기술 상용화 가능성, 재정 부담 완화 방안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청정수소 인증제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수소를 4단계로 나눠 등급화하고 배출량이 4kg CO₂e/kg 이하인 경우에만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제조·유통하는 사업자는 설계 단계 예비검토, 제3자 검증, 인증서 발급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현재는 제도 기반을 마련 중이며 2024~2026년 동안은 시범 운영과 국비 지원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이 인증제는 정부가 동시에 추진 중인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제도(CHPS)’와도 연계돼 수소 기반 전력시장에서 진입 장벽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한 체계를 조기에 정착시키면 향후 북미·유럽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수소 전환의 또 다른 축인 암모니아 혼소 발전 실증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1MW급 암모니아 전소 버너 시험 설비를 구축했으며 오는 9~10월 강원 삼척 석탄 발전소에서 20% 혼소 발전 실증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2027년까지 삼척 1호기 전체(약 1GW 규모)로 혼소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연간 100만 톤 규모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한전은 2030년까지 국내 43개 석탄 발전소 중 24곳에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혼소 기술 경제성과 환경성에 대한 검증이 아직 부족하고 블루 암모니아 간접 배출이 과소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혼소 발전이 오히려 탈석탄을 지연시키는 정책 모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소 가격 안정화 기금 조성을 위한 논의에도 돌입했다. 수소기금은 수소 생산·유통업체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공급 역량이 2025년 약 1만9000톤 수준으로 안정적 확보를 전망하고 있지만 공급망 내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간 재원 분담 방식에 있어서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일정 비율 공공 재정 투입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기재부는 민간 중심 시장 기능 활용을 우선시하는 기조란 해석이다.
실제로 청정수소 인증 기준의 국제 정합성, 혼소 발전 수익성 및 배출 계수, 기금 운용 방식 등은 모두 관련 산업과 연계해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특히 수소 가격이 전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료 전환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안정적 수급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암모니아 전환은 전력·정유산업 전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지만 지금까지는 제도 설계만 앞서 있고 실질 수요나 기술 검증은 뒤처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 실증과 제도 안착, 재정 유연성 확보 ‘삼박자’가 맞물려야만 한국형 수소 전환이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관련 제도에 대한 공청회와 실증 피드백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법제화와 지원 체계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주요 발전 공기업 및 정유사들은 수소·암모니아 기반 신사업 모델 개발을 위한 협력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