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소프트뱅크와 부지 선정에 의견 차이…오라클과 협업 강화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계획 ‘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오라클을 주축으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이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며 초기 투자 자금만 1000억달러(약 138조원)에 이르고 2029년까지 최대 5000억달러(약 690조원)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각각 190억달러(약 26조원)씩을 출자해 합작회사 스타게이트 LLC를 설립했다. 여기에 오라클과 아랍에미리트 투자회사 MGX가 70억달러(약 9.6조원)를 추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이 프로젝트의 일부로 텍사스 애빌린에 최대 40만개의 GPU를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데이터센터는 올해 여름가지 1차적으로 1만6000개의 엔비디아 GB200을 설치하고 내년까지 총 6만4000개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런데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타게이트는 프로젝트 시작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계약을 한 건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부지 선정 등으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초기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해 올해 안에 오하이오주에 소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것으로 목표를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를 찾아야 하고 실제로 건물을 올려야 하며 막대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이 조건을 만족하는 장소 선정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손 회장의 거대한 야심이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수십년간 첨단 기술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왔지만 현재 가장 주목받는 AI 분야에서 뒤늦게 추격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AI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손 회장은 지난해부터 오픈AI와 협의를 시작했으며 올해 초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소프트뱅크는 태양광 전문기업 SB에너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에 SB에너지와의 연계성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오픈AI는 독자적으로 데이터센터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스타게이트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갈등의 이유 중 하나다. 스타게이트 상표권은 소프트뱅크가 소유하고 있다.
오픈AI는 현재 지분 49%를 갖고 있는 초기 파트너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공익법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S의 지분 비중을 낮추려는 오픈AI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는 MS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최대 400억달러(약 55조원)의 투자 유치를 약속받았는데 만약 공익법인 전환에 실패하면 투자 규모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최근에는 핵심 개발자 일부가 메타로 이직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오픈AI의 미래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욱이 구글, xAI, 앤트로픽과 같은 미국 기업들뿐 아니라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선두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는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외신은 오픈AI가 이미 오라클과 3년 동안 데이터센터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오라클에 300억달러(약 41조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으로 사용되는 설비의 전략소비량은 4.5GW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1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올해 구축하기로 한 데이터센터의 전략소비량 5GW에 근접한 수준이다.
문제는 오픈AI의 지출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만큼 수익이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새롭고 뛰어난 AI 모델을 훈련시키려면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며 이는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이 AI 사업의 수익 모델을 입증하기 전에 점점 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픈AI가 오라클과 체결한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은 오픈AI가 최근 예상한 연간 매출의 약 3배에 달한다. 매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오픈AI는 유료 고객과 광고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이 배가되어 막대한 지출 계획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AI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애빌린에 위치한 스타게이트1 건설이 진행 중이며 시설 중 일부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라클과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을 언급하며 두 파트너십 모두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컴퓨팅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파트너십이 문제없음을 내비쳤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