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익 한계점’ 도달, 여수 이어 서산·포항 산업위기지역 지정 추진 등 위기감 고조
석화업계, 기존 원료 나프타에서 저렴한 에탄 전환·고부가 소재 다변화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최근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수요 둔화, 유가 변동성 등 악재가 겹치며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기업 가동률이 70% 아래로 떨어졌고 대규모 적자에 신용등급 하락 압박까지 받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은 산업단지 붕괴 조짐까지 보이며 정부에 위기지역 지정을 요청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다. 업계에선 원료 구조 전환, 고부가 제품 개발 및 정부 지원을 통한 구조 개편 등이 없이는 기업들 생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충남 서산시와 경북 포항시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위기대응 선제지역(위기지역)’ 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서산 대산공단과 포항 철강산단 등은 올해 들어 입주기업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산단 내 기업 342곳 중 71곳은 폐업 또는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서산시의 경우 석화산단 주요 입주기업 중 일부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받았고 근로자 수는 지난해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

석화업계 부진 최대 원인으로는 글로벌 설비 과잉이 꼽힌다. 중동 및 중국 대규모 신규 NCC 설비가 본격 가동되며 공급이 수요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영국 ICIS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글로벌 NCC 평균 가동률은 75~8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동률은 이미 70%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수익성 확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수치다. 여기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유가 급등 영향으로 불안정하고 최종 제품인 에틸렌 가격은 톤당 700달러대로 급락하며 스프레드(수익 마진)가 250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실적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LG화학의 석화 부문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8% 감소한 9168억원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895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 여천NCC 등도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납사를 원료로 공급하며 석화사들이 부담하는 원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정부는 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3조 원 규모 석화업계 정책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불필요한 규제 완화 및 설비 폐쇄 절차 간소화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도 추진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구조 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 포럼에서는 석화산업 재편을 위해 정유사와의 연계를 통한 납사 공급 유연화, 산단 맞춤형 전환 전략, 고부가 화학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등 정책 과제가 논의됐다.

업계는 자구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화학 원료 생산 단지 착공에 나섰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정밀화학소재, 친환경 소재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나프타 대신 원가 경쟁력이 높은 에탄을 사용하는 설비로의 전환 움직임도 있다. 에탄 기반 NCC는 미국 등에서 도입된 방식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동이나 미국 에탄 공급선을 확보해 공장 전환에 활용할 경우 원가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한 경기 하락 국면이 아닌 글로벌 공급체계 변화와 탄소중립 압박, 기술 진화가 겹친 구조 전환 시기”라며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 확보, 기업의 과감한 기술 전환 투자가 뒷받침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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