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온플법 제정 ‘통상 마찰’에 발목…국내 플랫폼 규제 우선 가능성
해외사업자 정보 제출 의무 강화도 부담…공정화법 우선 처리 논의 중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연합뉴스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이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연기되면서 국내 플랫폼을 우선 규제하는 방식으로 입법이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온플법 심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법안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회의 직후 "미국이 온플법을 세부적으로 나누지 않고 단순 전체 법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상호관세 유예 기한인) 8월 1일까지 법안을 묶어두고 당정 간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플법은 대형 온라인플랫폼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큰 틀에서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배달 애플리케이션 수수료 상한제를 다루는 공정화법으로 나뉜다. 

미국의 반발 대상은 구글, 애플 등 미국계 빅테크를 겨냥한 독점규제법이다. 3일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무역협상팀에 온플법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해외 플랫폼에 영향을 미치는 독점규제법은 유예하고 공정화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화법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컬리,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 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숙박 플랫폼,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중개 플랫폼,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포함된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화법에는 ‘앱 수수료 상한제’가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앱마켓 규제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수수료 상한제를 별도 법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독점규제법이 신설된다 해도 해외사업자에 대한 정보 제출 의무 강화를 추진해온 온플법주무부처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상 마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점규제법은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독점력, 거래 관행, 시장 지배력 등에 대해 규제 정도가 달라진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 법인을 마케킹·광고 대행용으로 운영해 규제 목적의 매출을 정확히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을 3869억원으로 공시했지만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의 한국 내 매출을 12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현재 빅테크 기업의 매출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이 상태로 온플법이 시행되면 국내 IT 기업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온플법의 제정 대상을 합리적으로 선정하려면 자료 제공이 원활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점규제법이 신설되면 M&A(인수합병)나 계열사 간 거래에 제한이 생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거래에 규제가 생기면 모회사가 계열사의 데이터나 연구 성과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AI 인프라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AI 산업이 막 태동하는 시점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산업의 싹을 자르는 일”이라며 “자칫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의 AI 수익화가 점차 이뤄지는 만큼 온플법 규제 기준에 미달하는 중소기업들이 향후 성장할 경우 온플법이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클라우드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은 이미 국경을 넘나들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플랫폼에만 차별적인 규제가 적용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내 기업은 투자와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결국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 경쟁 환경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중계 플랫폼 관계자는 "온플법의 주요 취지가 구글, 애플 등 미국 IT기업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데 당장 건드리기 힘들어지면서 국내 기업에 먼저 시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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