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IET, 전기차 시장 침체로 실적 부진 지속
SK온 의존도 낮추고 북미 및 LFP 시장 진출해야
2026년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기대
SK아이이테크놀로지 2022년부터 2024년, 2025년 6월(E)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을 나타낸  그래프  /표=챗GPT
SK아이이테크놀로지 2022년부터 2024년, 2025년 6월(E)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을 나타낸  그래프  /표=챗GPT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1위 배터리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전기차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3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북미 시장 본격 진출과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SKIET는 2021년 7월 공모가 10만5000원, 시가총액 7조원으로 코스피에 상장하며 그해 최대 IPO 기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상장 첫해 매출액 6038억원, 영업이익 892억원(영업이익률 14.8%)을 기록하며 전기차 붐과 함께 순항하는 듯했다.

◆ 화려한 데뷔에서 최악 실적까지…재무구조 악화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매출액은 5858억원으로 2.9% 감소했고, 영업손실 52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와 분리막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2023년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매출액이 64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2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잠깐의 회복에 그쳤다.

2024년은 '최악의 해'가 됐다.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은 2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66.4%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2910억원에 달했다. 전년 320억원 흑자에서 3230억원이나 악화된 것이다. 전기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고객사 주문량이 급감한 데다, 한국·중국·폴란드 등 주요 생산기지 가동률이 모두 20%대 초반으로 떨어진 탓이다.

실적 악화는 재무 건전성 위기로 이어졌다. 2021년 상장 당시 2조2162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3년 2조4117억원까지 늘어났지만, 2024년 대규모 손실로 크게 줄어들었다. 부채비율은 상장 초기 43.7%에서 2023년 69.3%로 높아져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추가 적자 지속 시 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각설까지 나돌고 있지만, 회사 측은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회복 시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582억원, 영업손실 6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시장 컨센서스(매출 642억원, 영업손실 610억원)도 하회하는 부진한 성과다.

다만 분리막 출하량은 전분기 0.67억㎡에서 0.76억㎡로 10% 늘어났다.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물량 회복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요 생산기지 가동률이 20%대 초반에 머물면서 고정비 부담이 가중됐고, 제품 믹스 악화로 평균판매가격이 전분기 대비 12% 하락한 것이 실적 부진을 키웠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생산공장 전경 / SKIET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생산공장 전경 / SKIET

◆ SK온 의존도 86%가 발목…2분기부터 실적 개선 기대

SKIET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SK온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다. 업계에 따르면 SKIET 매출의 86%가 SK온을 포함한 SK 계열사에서 나오고 있어 '단일실패지점' 리스크가 크다. SK온이 최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문량 감소나 대금 회수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회사는 SK온과의 내부 거래 비중을 현재 80%에서 5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북미 지역 배터리 셀 제조사 및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중장기 공급 계약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이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고객사와 2914억원 규모의 각형 LFP 배터리용 분리막 5년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파우치형, 원통형에 이어 각형까지 모든 배터리 폼팩터 대응이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셈이다.

SKIET의 실적 개선은 2분기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회사는 2분기 매출액을 832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42.9%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 선적 지연분 반영, 북미향 원단 출하량 본격 반영, 전반적인 분리막 출하량 증가가 주요 동력이다.

분리막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60.5% 증가한 1.2억㎡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올해 4월부터 북미 지역 신규 프로젝트에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원단 공급을 시작했으며, 내년까지 최대 30만대 전기차 분량의 분리막 원단을 공급할 계획이다.

SKIET의 북미 진출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IRA 최종 지침에서 분리막이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확정되면서 중국산 분리막은 '해외우려기관' 제품으로 간주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관세까지 부과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88.8%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 업체에게 절호의 기회가 됐다. SKIET는 폴란드 공장 등 기존 글로벌 생산 허브를 활용해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도 IRA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공장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 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공장이 올해 하반기 상업 가동에 들어가고, 3·4공장도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SKIET가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고금리·고물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될 경우 분리막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도 위협 요인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공급과잉을 유발하면 글로벌 분리막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의 상용화도 변수지만, 상용화 시점이 2030년대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 위협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IBK투자증권 이현욱 연구원은 "올해는 적자를 피할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 본격적인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SKIET는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 1위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는 견고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성 회복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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