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의 최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 연봉을 제시하며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6개월간 구글의 AI 연구소 딥마인드에서 24명의 핵심 연구원을 대거 빼오면서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인재 쟁탈전의 불씨가 당겨졌다.
22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S는 올해 들어 구글 딥마인드의 AI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영입해왔다.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어시스턴트' 개발을 총괄한 아마르 수브라마냐는 최근 자신의 링크트인을 통해 "MS AI 조직 부사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구글에서 18년간 근무한 베테랑 연구자 애덤 새도브스키도 지난달 MS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딥마인드에서 수석 엔지니어와 디렉터를 역임한 그는 구글의 AI 기술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달 초에는 딥마인드의 엔지니어링 리더 소날 굽타도 MS 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규모 인재 이탈의 배경에는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신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존재가 있다.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할 때 자연스럽게 구글에 합류했던 그는 2022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MS에 영입되면서 인플렉션 연구진을 대거 데려온 바 있다. 현재 그는 MS AI 조직을 총괄하며 코파일럿과 빙 검색엔진 강화를 위한 새로운 AI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MS는 이달 초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인력의 4%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역설적으로 AI 인재에 대해서는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AI 기술 패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MS만이 아니다. 메타는 더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28세의 젊은 AI 천재로 불리는 알렉산더 왕 스케일AI CEO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약 19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또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도 메타로 영입했으며, 오픈AI 연구원 10여명과 애플 출신 개발자들까지 대거 스카우트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 인재들에게 제시되는 보상 수준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억달러(약 1382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제시하며 우리 직원들을 빼가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메타가 애플에서 AI 모델 개발을 총괄하던 뤄밍 팡을 영입할 때는 2억달러(약 2764억원)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채용 전문업체 해리슨클라크에 따르면 빅테크들이 중간급에서 선임급 AI 연구자에게 제시하는 연봉 패키지는 2022년 40만~90만달러(약 5억5000만~12억4000만원)에서 최근 50만~150만달러(약 6억9000만~20억7000만원)로 급등했다. 최고급 인재의 경우 연봉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벌이는 인재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며 "AI 기술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인재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인재 쟁탈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AI 모델 개발과 관련해 몇 년 앞서나가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기업들은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실리콘밸리 관계자는 "AI 분야에서는 소수의 천재급 연구자가 전체 성과를 좌우할 수 있어 기업들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AI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