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모바일 단통법이 폐지되며 휴대폰 시장이 완전 자율경쟁 체제로 전환됐지만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상품의 '인터넷 단통법'으로 불리는 경품고시제는 여전히 시행 중이다.
경품고시제(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는 2016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한 제도로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가입 경쟁이 과열되자 도입됐다. 당시 방통위는 과도한 현금·사은품 지급 경쟁을 막기 위해 경품 지급을 요금제의 15%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100MB 인터넷 단일 상품의 사은품 지급액은 10만~15만원, TV포함 세트는 38만~43만원, 500MB ·1GB 인터넷 단일 상품의 경우 사은품은 15만~18만원, TV포함 세트는 43만~46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를 넘는 비공식 보조금이 여전히 존재한다. 인터넷 설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상한선을 웃도는 고액 지원을 표방한 판매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유선통신 판매점으로 온라인이나 텔레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이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된다.
모바일 시장에서 ‘성지’라 불리는 고액 보조금 판매점과 유사한 구조로 이통사가 유통점 수수료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고객 혜택을 간접적으로 늘려주게 된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사은품 외에도 모바일과 유선 결합할인을 통해 추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가 시장 경쟁을 자극하듯 경품고시제도 오히려 시장 왜곡을 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경품고시제 유지가 오히려 ‘최소한의 질서’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년째 IPTV·인터넷 요금이 동결된 데다 신규 가입자 유치 건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경품 경쟁이 다시 격화되면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방통위는 현재 경품고시제 폐지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제재 사례도 드물다. 2022년 6월 차별적 경품 제공으로 과징금 105억원을 부과한 건이 유일하다. 규정을 초과해 사은품을 지급하면 건당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3회 이상 적발 시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려진다.
현재까지 경품고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모바일 단통법보다는 미미한 수준이다. 핸드폰은 전국 어디서나 개통해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인터넷과 IPTV는 지역망 의존도가 커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요금할인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 사은품 액수가 가입률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향후 단통법 폐지로 이통3사 간 고객이동이 활발해지면 유선 계열사들의 결합상품 유치 경쟁이 심화돼 경품이 최대치까지 지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열리고 신규 유입이 폭발할 때 규제 철폐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마진이 남지 않을 경우엔 사업자 간 출혈 경쟁이 벌어진다"며 "이는 소비자에게도 결국 손해”라고 지적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