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니어스법안 통과로 미국 달러 디지털 패권 강화 본격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한국 '통화주권 골든타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가속...은행권·핀테크 주도권 경쟁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화폐 질서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며 디지털 영역에서의 통화 패권을 공고히 하자 한국 금융계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미국 첫 연방 차원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탄생

GENIUS Act는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 지도 및 설립)'의 줄임말로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 글로벌 혁신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명확한 연방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반드시 발행액과 일대일로 달러나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며 매월 준비금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100억달러 이상의 대형 발행사는 연방준비제도(연준) 또는 통화감독청(OCC)의 직접 감독을 받게 되며, 소규모 발행사는 주정부 규제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는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실현할 명확한 규제 틀을 만든다"며 "인터넷의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신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 화폐, 제도권 편입으로 기관투자자 진입 본격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디지털 화폐가 정식으로 금융 시스템의 일원이 되면서 투자자 보호 및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규정(회계감사, 파산 시 보호 등)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와 대형 금융기관의 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수호아이오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통과를 앞두고 "이 법안으로 촉발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변화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특히 금융권 블록체인 기술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리 예고안을 분석해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테더(USDT), 서클(USDC) 등 소수 기업이 독점하던 시장에 은행들도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명확한 규제 환경이 마련되면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송금, 자산 관리 등 혁신적 금융 서비스가 미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지난 18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들이 급등했다./pexels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지난 18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들이 급등했다./pexels

◆ 달러 디지털 패권 강화로 "글로벌 금융질서 주도권 확보"

이번 법안의 더 큰 의미는 달러의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 내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점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달러가 디지털 세상에서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현재 테더와 서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담보 자산으로 보유한 미국 국채만 1500억 달러에 달해 웬만한 OECD 국가보다 많다.

이에 따른 파장은 즉시 한국에도 미쳤다. 한국 금융당국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너무 많이 확산되면 원화 수요 약화, 환율 변동성 확대, 외화 유출 등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의 84%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이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한국 "통화주권 위기" 경고음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가속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포럼에서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는 자본 이탈을 유발하고 한국의 자본유출입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기감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지난 6월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 기업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지난 18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들이 급등했다./pexels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지난 18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들이 급등했다./pexels

◆ 은행권 vs 핀테크 vs 거래소···발행 주도권 3파전 양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싼 국내 금융업계의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안정성과 신뢰를 앞세워 선두주자 역할을 자처하며 국민·하나·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출원하고 발행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핀테크 업계는 사용자 경험(UX)과 글로벌 송금 연계 등에서의 강점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파이낸셜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 등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거래소"라며 발행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 글로벌 규제 조화와 시장 경쟁력 사이 균형점 모색

미국의 강력한 규제 도입으로 한국도 글로벌 규제 수준에 맞춰 법·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면 국내 발행·유통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어 시장 경쟁력과 규제 조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기존 외환통제 시스템과 맞지 않아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기축통화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교환성 통화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송금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기존 송금 서비스보다 빠르고 저렴한 스테이블코인 송금이 활성화되면서 은행의 외환 업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자, 전문가들은 한국도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pexels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자, 전문가들은 한국도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pexels

◆ 8월 태스크포스 가동···범부처 종합 대응책 마련해야

금융당국은 내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자산 정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디지털 화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미국이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면, 한국도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560억달러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2028년까지 2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서명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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