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연합뉴스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에 서명하며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켰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 의회를 통과한 첫 번째 암호화폐 관련 법안으로,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가 만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 혁신 지도 및 설립(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의 약자다. 17일 미 하원에서 찬성 308표 대 반대 122표로 가결된 이 법안은 지난 6월 이미 상원을 통과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인터넷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가장 강력한 혁명이 될 수 있다"며 "지니어스 법은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실현할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체계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 국채, 현금성 자산과 1대 1로 교환 가능한 발행 근거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JP모건체이스, 아마존, 월마트 등 전통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결제 및 송금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에서 몇 달 걸리던 결제와 송금이 몇 초 안에 처리되는 초저비용 거래 시스템이 가능해진다"며 "수십 년 된 낡은 금융 시스템이 21세기 암호화폐 기술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이번 법안이 기존 달러 지폐를 기반으로 수조 달러의 국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암호화폐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대선 이후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 크라켄의 데이브 리플리 CEO, 서클의 제레미 알레어 CEO, 테더의 파올로 아르두이노 CTO, 제미니의 윙클보스 형제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암호화폐 차르(Tsar)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암호화폐 규제 강화에 나섰던 게리 겐슬러를 대신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참석했다. 색스는 "9월 말까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 규칙을 수립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키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 법안의 영구화와 포괄적인 암호화폐 시장 구조 입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미 행정부는 지니어스 법안과 함께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가릴 클래리티 법안(Clarity for Digital Tokens Act)을 상원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18일 뉴욕증시는 최근의 신고가 랠리를 멈추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0.57포인트(0.01%) 내린 6296.79를, 나스닥종합지수는 10.01포인트(0.05%) 상승한 2만0895.6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2.30포인트(0.32%) 하락한 4만4342.19에 거래를 마쳤다.

미시간대학교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61.8로 전월보다 1.8포인트 상승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관세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모든 협상에서 최소 15%에서 20% 사이의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수출하는 차량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려는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기존 계획대로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동시에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시장의 충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리에는 약 50%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으며, 목재, 의약품, 반도체 등도 관세율 확정을 앞두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양호한 실적 발표에도 불확실성 속에 하락 전환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했음에도 주가가 2.35% 하락했다. 매출이 17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해 예상치 177억 달러를 넘어섰고, 조정 주당순이익은 4.08달러로 예상치 3.87달러를 상회했지만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 주에는 버라이즌, 로퍼 테크놀로지스, 도미노피자(21일), 코카콜라, 필립모리스, GM(22일), 알파벳, 테슬라, IBM(23일) 등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집중 예정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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