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 홍보 효과 톡톡?…투자일임 최소 계약금 2배↑
| 한스경제=이채연 기자 | 롯데렌탈이 사채 만기 대응을 위해 발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기관투자자 VIP자산운용이 공개적인 유증 철회를 요구하며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VIP자산운용이 시장의 혼란을 틈타 보유지분(약 4%)을 시장에 던질 경우 주가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란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제3자(투자자 및 기업)에게 회사가 새로 발행한 주식을 배정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의결권이 약해질 수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를 대상으로 결정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 중이다.
앞서 롯데렌탈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총 21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 대상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이며, 발행주식은 726만1877주다. 기발행 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주 발행 가격은 주당 2만9180원으로 별도의 할인율은 적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같은 날 장 마감 이후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지분 56.17%를 어피니티에 1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했다는 것이다. 주당 판매가는 지난 2월27일 종가 2만9400원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호텔롯데는 단순 시장가 기준 1조5000억원 이상에 매각하는 셈이다.
롯데렌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으며, 유상증자 납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VIP자산운용, 롯데렌탈 논란 일으킨 속내는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목적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공론화로 대외 ‘홍보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례로 VIP자산운용은 롯데렌탈 유상증자 결정 당시인 2월부터 5월까지 어떤한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이 포함된 상법개정안이 이슈로 부각된 6월 초중순경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VIP자산운용은 상법개정안 국회통과(7월3일) 후 롯데렌탈 유상증자가 급부상하자, 지난 8일 투자일임계약 최소 가입금액을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2배 올렸다. 고객유치에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롯데렌탈 투자 평단가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손익분기점도 돌파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또한 유상증자 결정 당시보다 주가는 올랐다. 이날 기준 롯데렌탈의 종가는 3만280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당시(2만9400원)와 비교해 11.56%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발행가 2만9180원 대비 12.41% 오른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보다 더 큰 리스크로 VIP자산운용 보유 지분 약 4%를 시장에 매도할 가능성을 지목한다. 상장주식 3630만9388주에서 단순 계산 시 145만2376주로 추산되는데 이같은 물량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주가에는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관 투자자·소액주주 단체 반발
VIP자산운용 측이 롯데렌탈 유상증에 반대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어피니티의 지분율 확대와 특별결의 요건 확보하다.
유상증자 시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지분율은 63.5%까지 확대되고, 전체 평균 매입 단가는 약 16% 낮추게 된다는 게 VIP자산운용 측 주장이다.
VIP자산운용 측은 “호텔롯데가 1조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은 데 반해 유상증자로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10분의 8로 희석되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어피니티가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별결의는 정관변경과 이사 및 감사의 해임, 스톡옵션 및 성과조건부 주식 부여 등 회사의 중요한 경영상 판단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통상 출석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해서 안건을 처리한다.
실제로 유상증자 전 롯데렌탈 소액주주 지분율은 38.8%(롯데그룹 잔여지분 제외)에서 증자 후 32.3%로 감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저지할 수 있는 통제권이 사라진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단순히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반대한는 것이 아니라, 어피니티가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해당 사모펀드는 지난해 4월 어피니티는 락앤락 공개매수에 실패하자, 특별결의로 상장폐지시켰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들도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롯데 측에 롯데렌탈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잔여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이사회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를 공식 청구,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액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07명의 투자자들이 롯데렌탈 주주연대에 참여 중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총 63만9263주로, 전체 지분의 1.76% 수준이다.
◆롯데렌탈 유증 강행…왜
롯데렌탈 측은 어피니티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과 유상증자가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특히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고려했고, 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 어피니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신용등급(A+) 기준으로 현재 채권시장에서 1년에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 한도를 약 4000억원 정도로 보고있다. 하지만 롯데렌탈의 기발행된 사채는 올 1분기 말 기준 1조5200억원 수준이다.
회사가 대주주 변경(롯데그룹 제외)을 수반하는 구주 매매가 끝나면, 거래 종결일로부터 약 1.5~2개월 이내에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7200억원의 빚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곳간은 녹록치 않다. 3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 약 6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유상증자를 시행할 경우 조기 상환 리스크는 대응 가능하다고 시장은 분석이다.
한편 롯데렌탈 유상증자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법적 분쟁이나 경영권 갈등으로 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결과 등이 향후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채연 기자 lcy1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