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미국 하원이 달러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틀을 마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가상자산 업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17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 가이드 및 설립법(GENIUS Act)을 찬성 308표, 반대 122표로 가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지지해온 가상자산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상원이 이미 지난달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하원마저 가결되면서 법제화를 위한 모든 절차가 완료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8일 이 법안에 서명해 정식 법률로 발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니어스법안의 핵심은 플랫폼 간 이동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 차원의 감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명확한 규제 틀이 없어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던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번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기업인 서클인터넷그룹과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코인베이스가 수년간 추진해온 입법 과제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에 획기적인 승리"라며 "스테이블코인 기술이 일상적인 금융 거래에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가상자산 거래에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으나 법안 통과로 기업 결제와 일반 금융 거래로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씨티그룹은 현재 2650억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30년까지 3조7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법안 통과로 기관투자자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시장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연구원은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업계가 그토록 원해온 합법성을 부여해준다"며 "게다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은 추가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가상자산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토큰 판매를 통해 57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으며, 올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달러"가 은행 업계의 결제 지배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응 방안을 시사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소비자 예금이 스테이블코인 계좌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국경 간 송금과 결제 등에서의 사용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은행, 카드사, 테크 기업 등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길이 열릴 수 있어 최근 JP모건 등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중개업체와 토큰에 대한 추가 규제 법안 마련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를 위한 업계 차원의 연합 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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