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년 연속 500억대 영업손실 지속
증권가도 과열된 밸류에이션 경고
카카오페이 팝업스토어  / 카카오페이 제공
카카오페이 팝업스토어  / 카카오페이 제공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실적은 3년 연속 5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까지 하락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마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영업이익은 2022년 455억원에서 2023년 566억원, 2024년 575억원으로 적자 폭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테마주로 각광받고 있으나, 실제 사업 성과는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증권가 ‘과열된 밸류에이션’ 경고···적정주가 4만8171원

이처럼 부진한 재무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은 견조하나 주가와 펀더멘털 간 괴리가 큰 상황"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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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연구위원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는 동시에 적정주가를 4만8171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16일 현재 주가 6만7300원보다 28% 낮은 수준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관련 기대감 및 증권 흑자전환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등을 선반영해도 적정 기업가치는 6.3조원"이라며 "현재 과도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8건을 출원하며 관련 사업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KRW, KKRW, KRWP 등의 상표 견본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정작 핵심 사업인 결제 부문에서는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투기적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요 언론은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 테마 과열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어 거래정지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투기적 거래가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지=카카오페이 
이미지=카카오페이 

◆ 대주주 매물 출회로 오버행 우려 현실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페이는 대주주의 대규모 매물 출회 우려에도 직면했다. 신한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이 카카오페이 보통주 지분 3.55%를 대상으로 약 2835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교환가격은 5만910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약 12% 할인된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연구위원은 "현재 주가 대비 12% 할인된 교환가격은 기존 주주들에게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무 교환 조항이 포함된 점은 시장 내 강제적인 매물 출회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명백한 오버행 요소로 평가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카카오페이의 유통주식 비중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카카오 46.3%, 알리페이 31.98%, 국민연금 5.51%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16.21%만이 실질 유통주식으로 추산된다. 교환대상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3.55%에 불과하지만 유통주식 대비로는 약 22% 수준에 해당해 공급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연구위원은 "알리페이의 지속적인 지분 매각 패턴도 향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요 주주가 지속적으로 보유 지분을 줄이는 모습은 향후 주가 반등 시 또다시 매각 가능성이 상존할 수 있어 중장기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개인정보 유출로 ESG 등급 추락… 사회적 신뢰 실추

카카오페이가 직면한 문제는 재무 성과 부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등한시하면서 ESG 평가에서도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외부로 제공한 문제로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에서 사회(S) 부문 등급이 A에서 B+로 한 단계 하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의 행선지가 중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카카오페이는 고객 신용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동의 없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 국민의 금융 정보를 다루는 핀테크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 정보보호 전문가는 "금융 서비스 기업이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해외에 제공한 것은 중대한 신뢰 위반"이라며 "ESG 등급 하락은 당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먹튀' 논란으로 뿌리 깊은 신뢰 위기…자회사 부실로 번지는 그룹 리스크

사실 카카오페이의 신뢰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대 주식을 매각한 '먹튀' 논란이 터지면서 이미 3년 전부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의 사업 확장 전략마저 부실로 드러나면서 그룹 전체에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간편 보험' 돌풍을 노렸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설립 3년 만에 자본금의 3분의 2가 증발하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운용자산 절반 이상을 손실로 날리면서 유상증자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연구위원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수익성 제고보다는 유저 중심의 상품 공급에 초점을 두고 있어 흑자전환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연내 증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핀테크 영역에서 급속히 사업을 확장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며 "자회사들의 부실이 본사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 리스크도 상존…근본적 체질 개선 요구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임희연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실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어 현 시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비은행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은행처럼 예금이나 결제 기능을 수행할 경우, 은행이 적용받는 각종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정부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카카오페이가 기대하는 만큼의 사업 기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한 금융 전문가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주가만 선반영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결국 카카오페이가 최근 1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3년 연속 500억원대 영업손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ESG 등급 하락, 경영진 먹튀 논란, 대주주 매물 출회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희연 연구위원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 방향 및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은 재조정될 수 있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 테마로 주가 부양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수익구조 개선과 ESG 경영 정상화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실제 사업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신기루'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사회적 책임 의식 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먹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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