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폭염·장마가 겹친 이상기후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수급 안정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시금치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562원으로 전월 대비 93.1% 상승했다. 기온 변화와 강우량 불균형으로 인해 작황이 나빠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도매 가격 기준으로는 4kg당 5만4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6% 올랐다. 전월 대비해서는 무려 246.7% 급등했다.
수박 가격도 1통당 3만 원을 돌파하며 여름철 대표 과일이 부담 품목이 됐다. 수박은 전월 대비 37.4% 상승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7~9kg 제품이 3만5000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금배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배추는 지난달 대비 약 32% 상승하며 10kg 기준 1만 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고랭지 재배면적이 평년 대비 24%가량 감소하고, 잦은 강우로 생육이 지연되며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같이 폭등한 채소 가격은 소비자 체감 물가에 직격탄이 됐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모(42)씨는 “시금치 한 단이 거의 3000원에 육박하고, 수박 하나 사는 것도 망설여진다”며 “밥상 차리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원재료 단가 상승에 따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추·깻잎·시금치 등 채소류 단가가 급등해 메뉴 원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채소 가격 급등에 대응해 총 7만2000톤 규모의 채소 가격안정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채소가격안정 지원사업 물량은 배추 4만2000톤, 무 3만 톤이다. 배추는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물량이 7000톤 늘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랭지 주산지 작황 점검, 재배면적 확대, 시장 가격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추가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비축 물량이 시장 가격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하지 않고 기상이변이 계속될 경우 공급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시금치 등은 여름 기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며, 수박은 하순 이후 출하량 증가에 따라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배추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하기 전까지는 높은 가격이 지속될 수 있다.
이번 채소 가격 급등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강도와 폭이 크다. 폭염·장마·가뭄 등 이상기후가 식탁 물가를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처방보다는 기후 대응형 재배기술과 안정적인 유통체계 확보가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