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회사는 13년째 ESG 보고서 발간, 자회사는 관련 정보 전무
946억원 누적 손실로 지속가능성 의문, 매출 대비 영업손실률 80%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 두산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 두산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국내 협동로봇 선도기업 두산로보틱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미흡한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5년 연속 적자까지 기록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ESG 관련 정보 공시, 환경경영 체계 구축 등에서 주요 ESG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부터 매년 ESG 보고서를 발간해온 두산그룹 본사의 경영 방침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 두산그룹 ESG 철학과 정반대 행보

두산그룹은 ESG 경영에 있어 국내 대기업 중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두산 본사는 2013년부터 매년 CSR보고서를 발간했으며, 2020년부터는 명칭을 ESG보고서로 변경해 더욱 체계적인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열한 번째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용수 사용량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모회사의 적극적 ESG 경영은 계열사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퓨얼셀,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들도 각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그룹 차원의 ESG 경영 방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순환경제 관련 위험을 정기적으로 식별하고 평가"하는 전담팀까지 운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두산로보틱스는 이러한 그룹 차원의 ESG 경영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간단한 EHS(환경·안전·보건) 목표만 명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ESG 전략이나 성과 데이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같은 그룹 내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인식과 실행 수준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 5년간 946억 누적 적자···손실 폭 매년 '눈덩이'

두산로보틱스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재무 부진까지 겹쳐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946억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와 비용 통제 실패라는 이중고를 겪는 등 경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쌓인 누적 영업적자만 9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영업손실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 139억원 ▲2021년 71억원 ▲2022년 132억원 ▲2023년 192억원 ▲2024년 412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2021년 잠시 적자 폭이 줄었던 것을 제외하면 손실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근본적인 수익 구조 문제를 시사한다. 지난해(2024년)의 경우 매출액 515억7100만원 대비 영업손실이 412억원에 달해 매출 대비 영업손실률이 약 79.9%에 이르렀다. 이는 매출 1원당 약 80전의 손실을 내고 있다는 의미로, 심각한 수익 구조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총 946억원의 누적 손실을 보였다. 연도별 영업손실은 2020년 139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71억원으로 일시 감소했으나, 2022년 132억원, 2023년 192억원으로 다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412억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 그래프=챗GPT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5년간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총 946억원의 누적 손실을 보였다. 연도별 영업손실은 2020년 139억원에서 시작해 2021년 71억원으로 일시 감소했으나, 2022년 132억원, 2023년 192억원으로 다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412억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 그래프=챗GPT

◆ 매출 감소 속 판관비 급증···적자 확대 '가속화'

두산로보틱스의 재무 실적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550억52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이 2024년엔 515억7100만원으로 6.32% 감소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고정비 부담은 늘어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2023년 323억400만원에서 2024년 445억3400만원으로 37.86% 급증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줄어들었는데 비용은 크게 늘어나면서 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매출 감소와 판관비 급증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영업손실은 2023년 192억원에서 2024년 412억원으로 적자 폭이 114.58% 넘게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또한 2023년 136억100만원에서 2024년 310억2700만원으로 128.12% 악화되는 등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현금흐름 역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두산로보틱스의 현금흐름 잔액은 2023년 3025억5500만원에서 2024년 2633억4500만원으로 12.95% 감소했다. 이는 단기적인 실적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비용 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경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지난해 35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137% 급증한 수치로,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이 '밑 빠진 독' 수준임을 입증하고 있다.

◆ 재무 부진이 ESG 소홀로 이어지는 악순환

이처럼 심각한 재무 상황은 두산로보틱스의 ESG 투자 소홀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생존이 급한 상황에서 ESG 관련 투자나 정보 공시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3억원 대비 영업손실 121억원을 기록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SG 보고서 발간이나 지속가능경영 체계 구축에 투자할 여력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ESG 투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단기적 사고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SG 대응 지연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매출 감소라는 더 큰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다.

두산로보틱스 ARM M시리즈 / 두산로보틱스 제공
두산로보틱스 ARM M시리즈 / 두산로보틱스 제공

◆ 글로벌 규제 강화 속 경쟁력 우려

두산로보틱스의 ESG 미충족 상태는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여권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본격 시행되면서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 제조업체의 경우 금속, 전자부품, 배터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환경 영향이 큰 산업 특성상 ESG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반면 독일의 쿠카(KUKA), 일본의 화낙(FANU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순환경제 원칙을 도입하고 체계적인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두산로보틱스의 해외 시장 진출에 직접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ESG 대응이 필수"라며 "현재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그룹 신뢰성에도 악영향 우려

전문가들은 두산로보틱스의 ESG 미충족 상태가 그룹 전체의 ESG 경영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회사는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하면서 자회사는 관련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일관성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한 ESG 전문가는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면 계열사들도 동일한 수준의 정보 공시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상장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ESG 미충족 상태는 그룹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두산로보틱스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두산그룹 전체의 ESG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그룹 차원의 ESG 경영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ESG 정보 공시는 기업의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라며 "재무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소홀히 하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두산로보틱스가 재무 건전성 회복과 함께 ESG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서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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