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농해수위 “농업‧농민 희생돼선 안돼”
산업부 "쌀·소고기 민감성 감안해 신중히 대응"
[한스경제=주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다음 달 1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우리측 카드로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가스·원유 등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 확대를 요구하면서 한국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가 관세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소고기, 사과,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 농축산물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면서 대표적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와 쌀 수입 쿼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측에선 식량 안보를 이유로 쌀 대신 소고기와 사과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최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입 농축산물 검역을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는데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최근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농민단체들을 만나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듣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의 경우 사과 주산지인 안동·청송·의성·영양·영덕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사과 생산량이 예년 대비 큰 폭의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로선 미국산 사과 수입을 본격화하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금(金)사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다 국민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과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축산‧과수농가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도 읽힌다. 농민단체들도 농산물 수입 개방 가능성에 이미 공개 반발하고 나섰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15일 "농업·농촌·농민이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는 공동 성명을 내는 등 사회적 합의 마련은 더욱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30개월령이 넘게 되면 분쇄육, 소위 가공육이 들어오게 된다”며 “(그 분쇄육에 뭐가 섞였는지) 알 수가 없다. 이건 한국 농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정부 내에서도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간 이견차로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통상 당국은 대미 관세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의 민감성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며 신중히 대응 중"이라고만 밝혔다.
디지털 분야도 미국이 한국에 양보를 반드시 얻어내고자 하는 대표적 분야다. 미국 측은 구체적으로 자국 빅테크 기업이 불합리한 규제라고 주장해온 온라인 플랫폼법과 망 사용료 부과 도입 계획 철회,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달 말 고위급 연쇄 방미를 통해 관세-안보 패키지 일괄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국방 당국 간 안보 분야 협의에서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대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합의의 틀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진 기자 jj72@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