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EV용 배터리 사용량, 韓 지속 축소…中은 고속 성장
배터리 공급계약, 생산기지 진출 등 中 기업 국내 진출 활발
기술 유출 취약 우려도…“균형 잡힌 생태계 전제돼야” 지적
삼성SDI가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 에서 선보인 LFP 배터리./ 연합뉴스 제공
삼성SDI가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 에서 선보인 LFP 배터리./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최근 들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한국 내 협력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국내 소재·제조사를 상대로 다양한 협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점유율 하락 위기인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들어 배터리 분야 한-중간 가장 대표적 협력 사례는 지난 6월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체리자동차와 체결한 8GWh(연간 약 1조원 추정)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K-배터리 수출 확대이자 중국 시장 재진입 신호탄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글로벌 고객 확보에 목말라 있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수세적 계약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17.9%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42.4%(117.6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 내 주요 OEM 뿐 아니라 테슬라·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 등 글로벌 다수 주요 완성차사 또한 CATL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도 60.8%(53.4GWh) 성장률과 함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기업들과 K-배터리 간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기술력만으로는 이미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핵심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양극재 기업 롱바이(Ronbay)는 충북 충주에 이어 추가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롱바이 전략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겨냥한 일종의 ‘우회 수출’ 해법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IRA로 인해 미국 시장 직접 진출이 어려워지자 한국 내 기업을 생산 기지로 삼아 미국 보조금 조건을 우회하려는 시도란 해석이다. 이 경우 한국 기업은 단기적 매출 확대는 가능하나 길게 보면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에서 중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문제는 기술 보호 여부다. 지난해 LG화학은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롱바이 한국 자회사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고부가가치 소재 설계·조성에 대한 특허 분쟁은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가뜩이나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협력은 곧 기술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국가 차원의 강력한 배터리 육성책도 국내 업계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핵심 배터리 소재·공정 기술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수출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리튬, 흑연, 전해액 등 핵심 원재료 중 6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중국과 벌이는 배터리 분야 경쟁은 날로 버거워지는 모양새다.

K-배터리 주요사들은 전고체 배터리·리튬 인산철 배터리(LFP) 신소재·에너지저장장치(ESS)용 고출력 배터리 등 분야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양산 기술 확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여전히 중국에 밀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글로벌 ESS 시장 중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해 중국산 배터리셀을 택하는 추세다. 이 와중에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 대비 생산력보다 연구개발(R&D)에 강하다’는 기존 강점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중국과 협력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대안 없는 의존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국내 일부 소재사는 중국 대형 배터리사와 공급 논의를 진행하며 단기 실적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글로벌 생산 확장세를 감안할 때 이와 같은 협력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수출 확대나 위탁 생산에 그칠 게 아니라 공동 기술 개발과 특허 방어, 공급망 다변화 전략까지 포함된 균형 잡힌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 기술 보호와 글로벌 특허 전략, 핵심 원료 자립도 향상 등 정책 뒷받침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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