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귀화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센터 라건아. /FIBA 트위터
특별 귀화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센터 라건아. /FIBA 트위터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제공권에서 밀리면 희망이 없다."

안준호(69)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앞서 11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2025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1차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남겼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91-77, 14점 차 대승을 거둔 직후여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안준호 감독은 점수보다 리바운드 숫자에 주목했다. 대표팀은 이날 리바운드에서 31-39로 밀렸고,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17개나 내줬다. 안 감독은 3점슛 성공률이 평소보다 높은 50%(18/36)였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남자농구가 더 발전하려면 압박 수비로 상대 슛 성공률을 낮추고, 리바운드와 제공권에서 대등해야 한다"며 "앞으로 이 점이 보완되지 않으면 국제대회에선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라건아(36)가 계약 만료로 떠난 뒤 제공권 장악에 대한 고민이 크다. 11일과 13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2차례 열린 한일전에선 203cm의 센터 하윤기(26)마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김종규(34), 197cm로 비교적 단신 포워드인 이승현(33)이 골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코피 코번. /KBL 제공
코피 코번. /KBL 제공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1년간 '포스트 라건아'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KBL 서울 삼성에서 2시즌을 뛴 코피 코번(26)이 유력한 후보였는데, 지난 5월 일본 B리그 히로시마로 떠나면서 흐지부지됐다. 국가대표 출신 문태종(50)의 장남인 재린 스티븐슨(20)도 지난해 7월 특별 귀화 추진 발표 이후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안준호호는 13일 한일전도 84-69로 크게 이기며 기세를 올렸다. 신장 2m가 넘는 장신 포워드들인 이현중(25)과 여준석(23)이 4년 만에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해 '황금세대'의 탄생을 알렸다. 여기에 방점을 찍을 센터가 특별 귀화로 합류하면 전력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전까지는 높이 열세에 따른 리바운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이현중과 여준석이 보다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하면서 빠른 공수 전환을 앞세워 약점을 메우려 한다.

안준호호는 18일과 20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카타르와 2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87위인 카타르는 오는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에서 같은 A조에 속했다. FIBA 랭킹 53위의 한국은 호주(7위), 레바논(29위)과 함께 죽음의 조에 포함돼 카타르전 승리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남은 평가전들을 통해 경쟁력과 가능성을 더 확인해 볼 계획이다.

신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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