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서 경질된 홍원기 전 감독. /키움 제공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서 경질된 홍원기 전 감독. /키움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올스타전 직후 현장 수뇌부를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번 감독-단장-수석코치 동반 경질은 전면 쇄신이라기보단 ‘면피성 꼬리 자르기’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키움 구단은 14일 “홍원기(52) 감독, 고형욱(54) 단장, 김창현(40) 수석코치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보통의 경우 계약 기간 중 감독 경질 시 ‘자진 사퇴’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키움은 이례적으로 ‘해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내부적으로는 3년 연속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 외에도 전력 구성 실패, 드래프트 부진 등 누적된 운영 문제가 중대한 판단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이들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홍원기 감독은 2021년 키움 사령탑으로 부임해 첫 해 팀을 5위에 올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22년에는 정규시즌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총액 14억원에 3년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2023년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주축 선수였던 이정후(27), 안우진(26)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2023년은 58승 3무 83패로 최하위 10위에 그쳤다. 2024년에도 이정후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또다시 리그 최하위(58승 86패)에 머물렀다.

올 시즌도 반전은 없었다. 키움은 전반기 27승 3무 61패(승률 0.307)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처졌다. 9위(36승 3무 49패) 두산 베어스와도 10.5경기 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3년 연속 꼴찌가 유력해졌다. 특히 시즌 초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35)와 루벤 카디네스(28)를 동시에 영입하는 파격적인 실험은 실패로 귀결됐다. 푸이그는 시즌 중반도 못 가 방출됐고, 카디네스는 고전 중이다. 외야도 내야도 붕괴한 전력에 마운드마저 과부하가 걸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서 경질된 홍원기 전 감독. /키움 제공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에서 경질된 홍원기 전 감독. /키움 제공

또한 파격적인 실험은 마운드 운영에 부담을 줬고, 키움은 전반기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30)도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상태다. 성적만 보면 경질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감독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다. 키움은 MLB로 진출한 이정후와 김혜성, 군에 입대한 안우진 등 핵심 전력이 잇달아 빠진 가운데도 제대로 된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푸이그와 카디네스를 동시에 영입하는 실험적인 외국인 타자 2인 체제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정작 문제는 이 같은 전력 설계와 운영 기조를 결정한 프런트다. 특히 고형욱 단장은 이미 시즌 전부터 스카우트 업무와 원정 동행에서 배제되며 ‘유령 단장’ 신세가 됐다. 그럼에도 구단은 책임 분산을 위해 단장과 수석코치까지 함께 해임하며 눈가림을 시도한 모양새다. 내부 권력 구조상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따로 있다는 야구계 시선도 무게를 더한다.

구단 운영의 근간이었던 육성과 내부 자원 중심 전략도 무너졌다. 2018년 이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 중 눈에 띄는 전력감이 거의 없다는 점은 키움 쇠락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과거처럼 외부 자금 없이도 유망주를 키워 경쟁력을 유지하던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단은 선수 영입보다 트레이드와 구조조정에만 집중해 사실상 ‘포기한 시즌’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질은 구단이 최소한의 책임만 지고 본질은 외면한 전형적 사례다. 팬들의 분노를 피하고, 네이밍 스폰서인 키움증권의 눈치를 보려는 ‘형식적 쇄신’에 불과하다. 차기 감독 선임을 포함한 변화 역시 진정한 구조 개혁이 아닌 ‘구색 갖추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류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