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는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03.
토트넘 홋스퍼는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03.

한스경제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두 개의 ‘컵 챔피언’인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오는 30일과 8월 3일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서울, 수원을 찾는다. 예매가 개시되자마자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방한 친선경기는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대형 문화 현상’이 된 것을 실감한다.

2000년대 이후 EPL 구단의 한국 투어는 2005년 열린 피스컵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토트넘이 열흘간 국내 흥행을 주도하며 “해외 구단 친선전도 산업이 된다”는 신호탄을 쏘았고, 2007년 ‘박지성 효과’를 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6만5000 관중 앞에서 FC서울을 4-0으로 완파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같은 해 볼턴 원더러스, 레딩이 피스컵에 참가해 EPL 세 팀이 동시에 한국 무대를 밟았다.

2009년 맨유 재방한과 2012년 선덜랜드 내한, 2022·2024·2025년 토트넘의 연속 투어 등 2000년 이후 6팀이 11차례 한국을 찾았다.

내한 클럽이 늘어나자 주최·대행사의 풍경도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호타이어, 통일그룹 같은 대기업이 거액의 초청료를 부담했다. 2010년대 들어 더페스타처럼 해외 구단 초청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들이 등장해 기획 및 운영이 세분됐다. 2022년부터는 쿠팡이 OTT 플랫폼의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대회를 직접 주관하고 중계까지 맡아 ‘플랫폼-주최 일체형’ 모델을 완성했다. 팬 공개 훈련, K-POP 공연, 굿즈 페스티벌 등 부대 이벤트가 풍성해진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이처럼 주최, 대행 구조가 전문화되고 부대 이벤트가 다각화되자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스포츠산업 매출은 78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 성장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 정부는 2028년 100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용품·미디어·관광을 합친 시장만 해도 연 4조원대에 이른다.

이는 해외 구단 유치를 통한 투어 행사가 단발성 흥행을 넘어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을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뮌헨이 2-1로 토트넘에 승리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03.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마친 뒤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8.03.

기업들이 EPL 투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글로벌 스타와의 조우가 곧 브랜드 프리미엄이다. 예를 들어 2015년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 소매에 이름을 올린 넥센타이어는 이후 유럽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스폰서십 효과를 입증했다. 둘째, MZ 세대를 공략할 수 있다. 손흥민이 뛰는 모습을 직관한 인증샷은 SNS 자체가 광고판이 된다. 셋째,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다. 중계 화면에 노출된 로고 하나가 전 세계로 퍼지는 ‘롱테일 광고’ 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관전 요소는 ‘콘텐츠 융합’이다. OTT·전자상거래·핀테크 기업이 스포츠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며 중계권·티켓·굿즈를 원스톱으로 묶는 올인원 비즈니스 모델이 표준이 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PL 투어는 이제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기업, 그리고 팬이 함께 만드는 ‘미래형 스포츠마케팅 실험실’이다. 2025년 여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울 6만 관중의 함성은 그 실험의 다음 장을 예고한다. 우리는 그 함성 속에서 한국 스포츠산업이 세계 시장과 맞닿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연주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축구산업계열 주임교수

이연주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주임교수
이연주 KBS스포츠예술과학원 주임교수

 

이연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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