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끝내 최하위로 밀려 강등이 확정됐다. /FIVB 제공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끝내 최하위로 밀려 강등이 확정됐다. /FIVB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끝내 최하위로 밀려 강등이 확정됐다. 최종 성적은 1승 11패다. 13일 프랑스에 0-3으로 완패하며 대회 일정을 마친 한국은, 14일 태국이 캐나다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해 승점 1을 추가하자 18개국 중 꼴찌로 내려앉았다. 태국과 승점은 같았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밀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 VNL 출전 자격을 잃게 됐다.

문제는 단순한 탈락이 아니라 향후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도 좁아졌다는 점이다. 원래는 VNL의 하위 리그 격인 ‘챌린저컵’을 통해 다음 시즌 승격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지난해 폐지됐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아시아배구연맹(AVC)이 주최하는 AVC 네이션스컵, 아시아선수권대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등에서만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처지다. 사실상 ‘아시아 지역 리그’ 안에서만 머물게 된 셈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양효진 등 핵심 선수들이 은퇴한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후에도 세계 무대에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나 세대교체의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국제 대회서의 부진은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이제는 강등이라는 현실까지 마주했다.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끝내 최하위로 밀려 강등이 확정됐다. /FIVB 제공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끝내 최하위로 밀려 강등이 확정됐다. /FIVB 제공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이 추락하는 사이,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는 초고액 연봉 시대에 접어들었다. 양효진(현대건설)과 강소휘(한국도로공사)는 나란히 총액 8억원(연봉 5억원+옵션 3억원)을 받았고, 박정아(페퍼저축은행)는 7억7500만원, 이소영(IBK기업은행)은 7억원, 정지윤(현대건설)은 6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선수들의 연봉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보수가 실제 경기력, 특히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표팀은 이번 VNL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가까스로 1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 11경기에선 연패를 기록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경기력 전반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체력, 집중력, 마무리 능력 등 기본적인 요소조차 세계 강호들과의 격차를 메우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예들의 성장을 위해선 단순한 기회 제공을 넘어, 국제 대회에서의 실전 경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VNL 강등과 챌린저컵 폐지로 인해 대표팀의 출전 기회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번 대회에서 정윤주(흥국생명), 육서영(IBK기업은행) 등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들이 대표팀을 단숨에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들이 성장할 무대조차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뼈아프다.

대표팀의 추락은 V리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연경 은퇴 이후 리그의 스타성과 흥행력은 이미 약화했고, 대표팀의 성적은 종목 전체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국제 경쟁력이 하락한 상황에서 고연봉 체제가 지속된다면, V리그의 장기적인 지속과 성장 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VNL 강등이 현실화한 지금 단순히 연봉 규모나 흥행 지표만이 아닌 한국 배구의 전체 구조와 방향성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유소년 육성, 대표팀 운영 시스템, 국제대회 대응 전략, 리그 운영 방식 등 모든 분야에서 쇄신이 필요하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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