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국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빅테크 플랫폼들의 선불충전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선불충전금 규모가 지난 6월 말 기준 7528억원을 기록해 반년 만에 14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플랫폼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된다.
1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지난달 말 기준 선불충전금 규모는 75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7496억원보다 약 33억원(0.4%) 증가했으며 반년 전인 7388억원과 비교하면 약 141억원(1.9%) 늘어난 수치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페이 선불충전금 잔액은 약 5911억원으로 간편결제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네이버페이는 약 161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선불충전금 증가세의 배경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결제·송금 등 핀테크 서비스의 혁신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화폐로 1달러의 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1개는 코인 1개를 발행할 때마다 발행사가 1달러 상당의 담보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담보 자산인 충전금 규모가 클수록 발행 여력도 커지게 되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달 10일 국회에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계획하는 사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사전에 받아야 하며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면 금융위원회 인가를 전제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기존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양사 모두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기술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페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급등했고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 역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송금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금융 확장 등 새로운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카카오페이 선불충전금인 카카오페이머니는 계좌를 연결해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페이머니로 결제 시 결제 금액의 최대 1.7%를 카카오페이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페이머니로 결제 시 결제금액의 0.5%를 네이버포인트로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담보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대형 IT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및 금융 서비스를 선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선불충전금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고 해외 송금·디지털 자산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 확장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전통 금융사, 핀테크 스타트업 등도 관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업계 전반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간편결제 플랫폼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선불충전금 규모 때문"이라며 "선불충전금 규모가 큰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간 선불충전금 규모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시장의 성장 여부는 규제 및 제도 변화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예고했으나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나 감독 체계는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환불 보장을 위한 전산 안정성 확보와 준비금 적립, 도산절연 구조 등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 시행령이나 세부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등 다양한 쟁점이 남아 있다"며 "제도 정비가 미흡할 경우 시장 혼란이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인가 기준과 감독 체계가 어떻게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결제·송금 등 핀테크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 송금 시장에서 기존 은행 중심의 구조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시스템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도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선불충전금 경쟁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제시되면서 간편결제 플랫폼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토스페이, 삼성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들도 선불충전금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핀테크 업계 전반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