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초 송금·0.1% 수수료…2030년 시장 규모 3조7000억달러 전망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98% 점유…미국 금융 영향력 확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추진, RWA 토큰화 등 신사업 모델 개발 필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33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미국·EU·일본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을 시행하며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도 올 하반기 제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본지는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통화패권 재편부터 월스트리트 금융 거인들의 스테이블코인 쟁탈전, 각국의 규제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과 한계, 디페깅 리스크, CBDC와의 경쟁, 그리고 2030년 미래 시나리오까지 7회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모든 쟁점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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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전시현 기자] 2030년 여름 미국 뉴욕의 한 카페. 유학생 이영아(가명)씨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간편하게 결제한다. 이어 베트남에 있는 친구에게 생일 축하금을 3초 만에 송금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결제와 송금의 경계를 허물며 일상 속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2030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최대 3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기관은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경제의 기축통화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금융 패권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5일→3초, 수수료 97% 급감…송금 혁명 현실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먼저 변화시킬 분야는 국경 간 송금과 소액 결제다. 현재 해외송금 시 3~5일 걸리던 시간이 3초로, 3~5%에 달하던 수수료가 0.1%로 줄어든다. 자녀 유학비 10만달러 송금 시 수수료가 3000달러에서 100달러로 떨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 기업들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송금 솔루션 구축에 나섰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의 '왓츠앱'이 될 것"이라며 "24시간 언제든지 전 세계 어디든 메시지 보내듯 돈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비트·빗썸 등 국내 5대 거래소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약 57조원에 달한다. CB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스테이블코인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2024년10억달러에서 123억달러로 10배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USDT)가 64%, 써클(USDC)이 20%를 차지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페이먼트 시장도 혁신될 전망이다. 현재는 수수료 때문에 불가능했던 몇 달러, 몇 센트 단위의 소액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온라인 기사 하나당 10원, 음악 한 곡당 50원씩 결제하는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

◆ 달러 제국 vs 中·EU 반격···디지털 화폐 패권 전쟁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은 미국의 금융 패권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98%가 달러에 연동돼 있고,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담보자산의 65%를 미국 단기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3조달러 규모로 성장하면 약 2조달러의 미국 국채 수요가 추가로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더(USDT)만 해도 현재 945억달러 상당의 미국 단기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미국 정부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디지털위안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유럽연합은 디지털유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중국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이 위안화 국제화에 직접적 도전이 될 것"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지난해 11월 회원국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 국가간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발표하며 탈달러화 움직임을 보였다.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 유로, 위안화가 각각의 디지털 화폐 블록을 형성해 경쟁하는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지난해 3월 이더리움 체인에서 BUIDL이라는 토큰화 펀드를 출시하며 USDC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뵀다. JP모건도 JPM 코인을 통해 국경 간 결제와 무역금융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 한국 생존 경쟁 돌입···토큰화 기술이 승부처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한국도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IT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토큰화 기술 솔루션 제공 ▲RWA(실물자산연계) 기반 조각투자 플랫폼 ▲디지털자산 전문 수탁 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부동산, 채권, 주식 등 전통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2022년 약 1조원 규모였던 RWA 시장이 2030년엔 수십 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딜로이트 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크로스보더 결제의 토큰화로 2030년까지 거래 비용이 53%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거래 구조 자체가 변하는 메가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2030년에는 토큰증권 자산이 글로벌 GDP의 10%에 달할 것"이라며 "국내 조각투자 토큰증권 시가총액도 2030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금융위 속도전 vs 한은 신중론···규제 갈등 격화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규율 체계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의 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과잉 낙관은 금물"이라며 "CBDC와의 공존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규제 없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통화정책을 흔들 수 있다"며 "별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 넥써쓰, 다날 등도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의 한 리서치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가치 안정성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 출신의 한 관계자는 "2030년 스테이블코인 시대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금융 패권과 국가 간 경쟁 구도를 바꿀 대변혁"이라며 "한국이 이 변화의 물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내 금융·IT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 강화 ▲디지털 금융 전문 인재 양성 ▲법제도 정비를 통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국제 공조를 통한 글로벌 스탠다드 확립 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통화주권 보호와 금융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라고 강조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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