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물가 오르는 히트플레이션 매해 발생
정부, 비축·수입 등 대응책 마련 나서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이례적으로 빠른 폭염이 본격화하면서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폭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채소·과일 등 기상에 민감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체감 물가를 올리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5%은 안팎에 머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보다 약간 높게 나온 수준이어서 실질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더위에 민감한 농산물 가격은 이미 불안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배추 소매가는 지난달 포기당 3458원에서 이달 11일 4309원으로 24.6% 급등했다. 오이(10개 기준)는 한 달 새 11.3% 오른 1만1789원, 수박(상품)은 2만9115원으로 33.1% 뛰었다.
축산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전국에서 가축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5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폐사한 누적 가축 수는 60만4636마리로 전년 동기(5만3238마리) 대비 11.4배 높다. 소고기 안심(1+등급·100g)의 전국 평균 가격은 1만4287원으로 전년(1만3573원)보다 5.3% 올랐다. 달걀(특란)은 한 판(30구)에 6857원으로 1년 전(6504원)보다 5.4% 비쌌다.
올여름 내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4.9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일)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는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무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과거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해에는 어김 없이 채소·과일류 물가불안이 현실화했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채소물가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9월 12.3%, 10월 13.5%, 11월 13.7% 상승했다. 과실 물가도 8월 8.2%, 9월 13.4%, 10월 13.9%, 11월 13.0%, 12월 10.9%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관측 사상 2위를 기록했던 지난해 역시 채솟값이 두 자릿수 급등했다. 채소 물가상승률은 9월 11.5%, 10월 15.6%, 11월 10.4%, 12월 10.7% 등을 기록했다. 과실 물가도 연초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이며 5월 38.9%, 6월 30.8%, 7월 21.0% 등의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0.4~0.5%p,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평균 기온이 과거 추세보다 10도 오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최대 0.42%p 상승하고 강수량이 100㎜ 증가하면 가격은 최대 0.93%p 상승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배추 등 주요 품목의 산지가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병충해 예방, 냉방시설 강화, 생육 보조제 지원 등 생육 관리에 힘을 싣고 정부 비축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수입 대체가 가능한 품목에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다수 채소류는 비축이나 수입 대체가 어렵고 작황 변화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여서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폭염에 따른 물가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