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 2차전지 산업 ‘직격탄’
배터리셀, 기업 따라 부침…소재사들은 지속 부진
“재무건전성 강화·정책 변화 선제대응 중요해져”
전기차를 충전 중인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기차를 충전 중인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K-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 둔화, 글로벌 친환경 정책 변화를 마주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며 배터리셀 및 소재업체 부진이 길어지는 한편 주요 회사 신용등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 친환경 정책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도 ‘맞춤형’으로 진화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3년 이후 성장세가 지속 둔화하는 추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소비자 보조금 축소,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완성차 업체 재고조정 등이 나타나며 수요 회복이 더뎌지는 상황이다.

이는 2차전지 산업 실적에 고스란히 유탄이 돼 돌아왔다. 특히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업체들은 전방 수요 둔화, 광물가격 하락세가 맞물리며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2차전지 소재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 내외로 2022년(약 15%)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셀 업체 역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로 실적 차별화가 뚜렷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매출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2.0% 증가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AMPC(생산세액공제) 수혜가 실적 방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정적 신용등급(AA, 한국신용평가 기준)을 유지했다. 한신평은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과 IRA 세제혜택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실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단기적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SK온 역시 미국 조지아 공장 등 현지 생산라인 가동률이 높아지며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2025년 1분기 SK온은 매출 1조6054억원, 영업손실 2993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반면 2분기에는 AMPC 효과 및 북미 완성차 업체향 공급 확대로 영업손실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SK온을 두고 “미국 시장 내 생산능력 확장과 그룹 차원 자본확충이 신용도 하방압력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배터리소재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확대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신평은 지난달 30일 SKC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SKC 주력 사업 이익창출력이 약화했고 재무부담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SKC는 2023년 들어 화학에 이어 이차전지 소재까지 적자로 전환하며 2023~2024년 2년 연속 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신고했다. 올해 1분기에도 745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신평은 “비우호적 업황 전망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장기 이익창출력도 과거 대비 약화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향후 2차전지 산업 실적과 신용도에 영향을 줄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 정책이 꼽힌다. 미국 IRA 법안 세부 규정 변경 가능성, 유럽연합(EU) 전기차 보조금 정책 조정 등이 실제 전기차 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산 배터리 소재·부품 사용 제한 강화, 보조금 지급 요건 강화 등 IRA 관련 규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또한 올해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 단계적 조정 가능성 등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필연적으로 단기간 내 전기차 수요 회복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올해도 전기차 수요 회복 지연, 완성차 업체 재고조정, 광물가격 하락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들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투자 효율성 제고, 글로벌 정책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김창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