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추격하는 MS, 오픈AI와의 관계 재정립이 향후 변수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시가총액이 8일 기준 3조8600억달러(약 5287조원)를 기록하면서 사상 첫 시가총액 4조달러(한화 5473조원) 기업의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시가총액 4조달러에 가장 가까운 기업으로는 애플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간) 주당 260달러의 역대 최고 주가를 찍으며 시가총액 3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성이 불거지면서 고지를 눈앞에 두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애플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애플에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애플 주가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애플 주가는 4거래일 동안 23%가 빠지면서 시가총액도 2조5900억달러로 감소했다. 이후 미중이 상호 관세를 낮추는데 합의하면서 애플 주가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자체 개발 AI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과 서비스를 보여주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수준까지 오르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올해 애플의 목표 주가를 200달러에서 230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최고점과 비교해 12~23% 감소한 수치다. 8일 애플의 주가는 210달러로 시가총액은 3조140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시가총액 1위 경쟁은 AI 기업들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와 AI 서비스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시가총액 4조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개발과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연산장치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능과 효율로 시장을 독점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26% 올랐고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1305억달러(약 178조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주가는 2023년에 239%, 지난해에도 179% 급등하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가총액 1위 경쟁을 펼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올해에도 연초 대비 17.8% 오르면서 시가총액 3조8600억원으로 전체 1위를 달리는 중이다.
현시점에서 시가총액 4조달러에 가장 먼저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기업은 엔비디아로 앞으로 주가가 3.6%만 오르면 된다. 엔비디아 AI 반도체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사 루프 캐피털은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250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주가보다 60% 이상 높은 수치로 시가총액은 6조달러를 넘게 된다.
MS의 기세도 무섭다. MS는 AI 열풍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130억달러 이상 투자하며 언어모델에 대한 독점적 사용 권한을 획득했다. 이를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결합한 애저 AI를 선보여 기업용 AI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MS 주가도 연초 대비 19% 오르면서 현재 시가총액 3조7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MS가 시가총액 4조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8.2%의 추가 주가 상승이 필요해 엔비디아에 비해서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표면화된 오픈AI와의 갈등도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MS는 오픈AI가 추진 중인 공익법인으로의 전환과 관련해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지만 오픈AI가 MS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MS의 AI 서비스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오픈AI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향후 주가 상승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웨드부시 증권은 올 여름 안에 엔비디아와 MS 모두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혁명을 이끄는 상징적인 곳이다. 두 기업 모두 가장 큰 기술 트렌드의 기초 요소를 구축하고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