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보령·인천항서 개발수요 등 자체 마련
LS, BWS와 해상풍력 항만 운영 진출 선언
해양수산부 “수요 예측 거쳐 과잉 개발 차단”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밝힌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이 특별법 제정과 맞물려 핵심 발전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14GW, 향후 총 27GW 이상의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주로 서·남해안 지역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지난 2월 27일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켰고 3월 국무회의에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해상풍력 보급에 필수적인 전용 항만·배후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해상풍력특별법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국내에는 해상풍력 발전설비(블레이드·타워·너셀 등)와 구조물 등 중량화물의 제작과 조립·보관·운송·작업 선박으로의 선적 및 하역 등이 일원화돼 있는 전용부두가 없다. 목포신항에 과거 민간투자 개발 방식으로 건설된 철재부두에서 유일하게 해상풍력 발전 관련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서해안 권역인 군산·보령·인천항에서는 2~3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업계를 중심으로 해상풍력 전용부두나 지원 항만을 새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기당 1000∼2500톤에 달하는 초대형 해상풍력 기자재를 조립·반출하기 위해서는 전용 중량물 부두와 고하중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며 "기존 잡화부두는 하중 제한으로 물류 효율이 낮아 추가적인 부두 시설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건설된 잡화부두의 설계 하중은 3톤인 반면 해상풍력 발전설비 완제품의 경우 최소 중량이 300톤부터 시작된다”며 “일반 잡화부두에서 작업 시 야적장, 안벽 등의 지반침하 현상과 시설의 파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기존 시설 이용 시 안전상의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두려워하는 또 다른 애로사항은 바로 물류비 증가다.
현재 군산항 7부두 75번 선석 배후 부지에는 중량물 야적장이 있다. 7만㎡ 규모에 최대 25톤의 지내력을 가진 이 야적장은 타워, 블레이드 등 해상풍력 기자재의 조립과 야적(보관) 용도로 사용 중이다. 지난 2022년부터 국비 424억원이 투입돼 올해 2월 준공된 이 야적장은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GSMEC)이 작년 10월 군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운영사로 선정됐다.
군산항 관계자는 “이 야적장은 현재 부두시설과 다소 거리가 이격돼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해상풍력 기자재 등 중량물의 해상 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상풍력 기자재의 특성상 무겁고 길이가 긴 화물이 대다수인데 전용 육상 운송장비를 사용해도 야적장에서 선박 선적을 위해 부두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비용 역시 이중삼중으로 든다”고 밝혔다.
GSMEC는 지난 4월 ‘군산항 해상풍력 중량물 부두 개발사업’ 제안서를 군산해양수산청에 제출했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개발 계획 등을 반영한 이 제안서에 따르면 비관리청 항만공사 방식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총 2139억원을 들여 군산항 7부두 75번과 76번 선석에 2만DWT(재화중량톤수)급 규모의 부두 2개 선석을 조성해 해상풍력 기자재를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구성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김현 GSMEC 물류항만TF단장은 “국내 유력 건설사와 물류기업(하역사) 등이 SPC에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해상풍력 발전설비 설치를 위한 물량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 내 강관, 파일, 철 구조물 등 유사 산업의 수출용 제품까지 부두 운영과 관련 예상 물동량에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신규로 조성되는 항만시설은 필연적으로 영업 개시 후 일정 기간 운영에 따른 적자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적자를 예상하긴 하지만 6개월 정도 후 적자에서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보령항도 해상풍력 지원 항만 건설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김동일 보령시장,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지난해 4월 보령신항 해상풍력 지원 항만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OU에 따르면 충남도는 해양수산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보령신항 예정 부지에 해상풍력 지원 항만 개발 계획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보령시는 개발과 관련한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에 협력한다. 한화 건설부문은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비 2000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경제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협조한다.
건립 규모는 안벽 414m(2선석), 배후부지 30만㎡로 알려졌다. 보령신항 지원 항만이 들어서면 서해안권 해상풍력발전단지에 세울 해상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및 엔진 조립 시설, 부자재 보관 시설, 계통연결 시설 등이 설치된다.
2024년 MOU 체결 시 사업자로 참여한 한화 건설부문은 같은 해 말 그룹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부문 계열사 조정으로 보령신항 지원 항만 사업을 한화오션에 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해 체결된 한화 건설부문과 2개 지자체 간 협약 내용은 현재 당사에서 검토·협의하에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와 인천항만공사(IPA)도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 1-2단계 동측 잔여용지 31만4400㎡를 해상풍력 배후항만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지난해 해수부에 건의했다. 당초 인천신항에 해상풍력 배후항만 신설을 검토, 추진한 주체는 인천시였으나 최근 1년 사이 IPA도 사업 추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관은 이 개발 방안을 올해 말 확정되는 해수부의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25~2030)’에 담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신항 해상풍력 배후항만 대상 구역은 선석 길이 720m로 5만톤급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는 규모다.
군산, 보령, 인천항의 해상풍력 전용 항만 개발 수요와 부두 시설 개발 방안은 모두 해수부에 전달된 상태다. 최근 민간기업인 LS머트리얼즈와 LS마린솔루션도 해상풍력 전용 설치항만 사업의 추진을 발표해 개발 수요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다만 차이점은 3개 항의 개발 수요가 건설에 집중돼 있다면 LS 측은 개발 이후 ‘운영’에 직접 관여한다는 데 있다.
양사는 지난달 18일 덴마크의 블루워터쉬핑(BWS)과 ‘국내 항만 기반의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해상풍력 기자재의 조립과 출항이 가능한 전용 항만 거점을 구축해 정부의 ‘2030년 14GW 해상풍력 확대’ 정책에 선제 대응하고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협약에 따라 1단계로 올해 하반기 국내 항만 한 곳을 시범 거점으로 지정해 연간 1GW 규모의 풍력 터빈 처리 역량을 확보하고 이후 주요 항만으로 확대해 운영 표준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BWS는 유럽에서 10곳 이상의 해상풍력 항만을 운영해 온 글로벌 전문 운영사다.
BWS가 국내 항만에서 해상풍력 관련 부두 운영을 하려면 이미 건설된 항만시설(부두, 야적장 등)을 해수부로부터 임대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정부로부터 항만시설을 임차하기 위해서는 임대 기간과 임대료, 물동량 창출 계획 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항만 당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해상풍력 전용 항만 운영과 관련한 BWS만의 노하우, 특장점과 방금 열거한 국내 항만 시설 임대를 위한 해수부와의 여러 협의 조건 진행 상황, 운영 표준화의 구체적인 의미 등을 LS 측에 질의했으나 LS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고 민감한 부분이 많아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항만정책과 관계자는 “지자체와 GSMEC 등에서 제출한 개발 수요 및 방안을 받아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과잉 개발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요 예측을 거쳐 과잉 개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상풍력 전용 항만 건설이 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발전설비 설치의 구체적인 일정과 이에 따른 항만시설 개발 수요, 설치 완료 후 유지·보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혹은 실행 방안은 대부분 확정된 사항이 없다.
서해안 3개 항만에서 요청한 해상풍력 전용 항만 개발 수요 및 건설 방안은 오는 11월께 결정되는 해수부의 4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4개월 앞선 시점에서 가부를 논하는 것이 너무 성급하게 비칠 수도 있다.
한 해운항만 전문가는 “해상풍력 전용 항만 개발 논의가 시작된지 4년 가까이 돼 가지만 인천, 보령, 군산 일부 지역의 경우 아직 발전설비 설치 사업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본격적인 설치에 앞서 선행되는 어업인 보상 문제도 거론조차 안 된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모 지자체의 경우 항만시설 개발 수요와 관련 특정 대학 교수와 유관 기관 관계자들에게 연구를 맡겼지만 참여자 중에서 해운과 항만의 기본적 개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며 지자체들의 성과 지향적 업무 추진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