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가격이 비싸다고 비판받았던 올 뉴 크루즈. 직접 타보니 비싼 이유는 확실히 알겠다. 굳이 어떤 기능이 추가돼서 원가 상승 요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해볼 필요도 없었다. 중형차와 비교할만한 정도였으니 2,000만원의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느껴진다.
가평에서 서울까지 약 50km 정도 거리를 올 뉴 크루즈를 타고 달렸다. 산길에서 고속도로를 지나 도심까지 약 한 시간. 길을 잃고 처음 보는 길을 돌며 방황하기도 했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한 번 더 길을 잃어보고 싶었다. 일정만 없었다면.

주행 성능이 쉐보레가 자랑하는 그 이상이었다. 터보 엔진에서 나오는 든든한 토크감이 가속 페달을 밟은 발바닥을 짜릿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흔들리거나 덜컹거림 없이 부드럽게 나아갔다. 분명 준중형급 이상이다. 머리카락이 쭈삣 섰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속에서다. 쉐보레가 밝힌 시속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7초대 후반. 24.5kg·m의 토크로 120km/h까지도 무난했다. 그 이상 속도를 내려면 가속 페달을 좀 더 힘껏 밟아야 한다. 다른 차들은 여기서부터 떨리거나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지기 마련인데, 올 뉴 크루즈는 괜찮았다. 꽉 눌러주는 느낌이 아주 편안했다.
해답은 공기저항계수를 0.28cd로 떨어뜨린 데 있는 것 같다. 공기저항계수는 말 그대로 공기저항을 받는 수준을 말한다. 올 뉴 크루즈는 차체를 쿠페형으로 만든 덕분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접지력도 높였다. 덕분에 고속에서 크게 조향을 돌리는데도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불안보다는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H매틱 타입 수동 변속 방법은 이런 즐거운 주행을 배로 늘려줬다. 올 뉴 말리부에서도 수동 변속 기능은 토글 버튼을 썼다. 하지만 올 뉴 크루즈는 아니다. 기어봉부터 묵직하다. 당기면 저단 기어, 밀면 고단 기어가 들어간다.
수동 변속을 즐겨 쓰는 운전자들에게 특히 실컷 달려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음껏 당기고 실컷 밟았다. 제동능력도 좋아서 두려움마저 사라졌다. 약간 세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데도 부드럽게 서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조향 능력도 흠 잡을 데가 없다. 동급 최초로 R-EPS를 탑재했다. 아무리 빠른 속도에서도 재빠르고 기분 좋게 몸을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 열선도 당연히 있다. 손잡이 가죽도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강력한 토크에 ‘쫀득’한 조향감까지. 꽤 깊은 굽은 길에서도 올 뉴 크루즈는 더 달리고 싶어했다.
진동이나 소음도 잘 잡는다. 150km/h 정도부터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들이닥치긴 한다. 그 전까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 정도다. 특히 바닥에서 노면 진동을 아주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느낌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썩 세련됐다. 요즘 들어 보이는 쉐보레의 변화다. 작은 센터 콘솔과 글로브 박스 등 쉐보레 특유의 느낌은 여전하다. 하지만 차량 내부를 감싼 가죽 재질에 잘 빠진 공기 흡입구, 그리고 잘 정돈된 센터페시아까지. 이제 그 미국차는 잠시 잊어도 될 것 같다.

사각지대가 적은 것도 주행 성능이 공략 포인트인 올 뉴 크루즈에게는 큰 장점이다. 세단은 전면 A필러 위치에 따라 운전자 시야각이 크게 바뀐다. 올 뉴 크루즈는 이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좌석을 어떻게 바꿔도 시원하게 앞을 볼 수 있다.
내부 공간도 상당히 잘 확보했다. 트렁크 용량은 420ℓ. 2열을 접으면 1,200ℓ까지 실을 수 있다. 소형 SUV까지 경쟁 상대라는 쉐보레의 전략을 이해할만 하다. 적재 공간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2열 공간이다. 장정 3명이 타면 힘들겠지만 준중형 치고 넓다.
여기까지가 탈 준중형이다. 편의사양까지는 중형차급에 못 미친다. 첨단 주행보조 기능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대신 그냥 크루즈컨트롤이 달렸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도 차선 이탈만 막아줄 뿐이다. 조수석도 조절하려면 수동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가격이 걸린다. 옵션을 전혀 넣지 않은 소위 ‘깡통’차가 1,890만원이다. 물론 전 트림에 스톱앤스타트와 18인치 미쉐린 타이어 등 고급 옵션이 기본 탑재됐다. 그래도 ‘가난한 자의 골프’라는 별명을 이어 가기에는 분명 비싸다.
쉐보레 관계자에 따르면 올 뉴 크루즈는 높은 주행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를 노린다. 직접 타보면서 분명하게 느낀 것은 올 뉴 크루즈가 비싼 만큼, 혹은 그 이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이 가치를 느끼려면 준중형차보다 많은 돈을 내야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