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이사 책임·충실의무 확대에 대한 면책 규정 강화
소액주주 소송 남발·주주권 행사 요건 강화 촉구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등 경제8단체 임원들이 지난 3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등 경제8단체 임원들이 지난 3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공포 즉시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계는 현장 실정에 맞는 실효적 보완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3% 룰’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 등과 함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핵심 쟁점으로 포함됐다.

이에 중기·벤처업계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나 우려 표명을 넘어 경영권 방어·혁신 투자·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국회에 조속한 입법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 주요 단체와 현장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을 통한 변화가 경영 불확실성 증대, 신속한 투자·의사결정 저해, 소송 리스크 증가, 외부 투기자본의 경영 개입 가능성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현장 실정에 맞는 ‘실효적 보완책’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3% 룰 등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확대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취약해진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업계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적대적 인수합병(M&A) 방지장치)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의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이 외부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꼽힌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충돌과 소송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업계는 이사의 합리적 경영판단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고 경영실패와 고의·중과실을 명확히 구분해 책임 범위를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이사회가 혁신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자주주총회 인프라 구축 지원도 업계 요구사안이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시스템 구축, 전산 인력 확보 등 상당한 비용과 부담을 수반한다.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IT 인프라와 인력이 취약한 만큼 정부 차원의 기술·재정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안정적인 전자주주총회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공과 함께, 관련 비용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3% 룰 등으로 소액주주 또는 행동주의 펀드의 소송 남용,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업계는 소송 남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주주권 행사 요건을 강화하거나 경영권 분쟁 시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기·벤처업계는 현장 적응과 제도 보완을 위해 법 시행을 공포 즉시가 아니라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혼란과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완입법을 병행해 현장 의견을 반영한 세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타협이 아닌 현장 실정과 기업 혁신역량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부, 경제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추가 공청회와 실무 논의를 통해 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벤처기업협회가 169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4.7%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가 기업 경영·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상장기업의 경우 66.7%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에 대해서도 38%가 기업 경영 및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벤처기업의 경우 전략적 투자·M&A·R&D 등 핵심 활동이 위축되고 사업 전반이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현장 우려가 많았다. 

전자장비업체 D사, 바이오기업 I사 등은 “경영권 침해, 의사결정 지연, 법적 리스크 증가, 외부 투자기관의 경영 개입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앞서 주요 경제단체는 “법체계 훼손, 소송 남발, 기업 혁신의지 저해,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주총 시스템 미비 등 부작용이 크다”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중기·벤처 유관기관 등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단기적 주주이익에만 경영이 매몰될 수 있다”며 실효적 보완입법과 단계적 제도 도입을 요청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여야 합의를 넘어 현장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해 기업 혁신역량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소액주주 보호와 투명성 강화라는 상법 개정의 본래 취지가 균형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신중한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김종효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