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통3사 '소버린 AI'로 전략 수정…KT·SKT, 해외 협력 눈치
LGU+, 엑사온 독자 모델로 정책 수혜 기대
자사 플랫폼 에이닷에서 미국 검색엔진 루키 '퍼플렉시티'를 제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선점할 전략을 꾀하는 SKT / 박정현 기자
SKT는 자사 플랫폼 에이닷에서 미국 검색엔진 루키 '퍼플렉시티'를 제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선점할 전략을 꾀해왔다./박정현 기자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소버린 AI(주권형 인공지능)’ 구축을 국정 핵심과제로 천명하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AI 자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해외 빅테크와의 협력을 모색하던 이통3사는 자사 AI 고도화와 인프라 독립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전략을 재편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조만간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2.0’의 차기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기업간거래(B2B) AI 서비스는 7월 중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됐다.

이를 두고 일각은 지난해 10월 KT가 믿음을 산업 특화 소형언어모델(sLLM)로 사용하고, MS와 공동으로 한국형 LLM을 만들어 소버린 AI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해석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AI 정책 기조가 ‘자체 기술 확보’ 중심으로 변화하자 민감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의 AI 서비스에는 MS 기술이 깊게 적용돼 있어, 정부의 독자 AI 개발 기조에 일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 측은 “B2B 서비스 출시 연기는 정부 정책 변화 때문은 아니다”라며 "MS 기반 AI도 여전히 출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 이전부터 ‘소버린 AI’를 강조해 온 LG유플러스는 정부의 AI 정책 기조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익시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엑사원은 국내에서 네이버 하이버클로바와 같이 유일한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LG유플러스는 과거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독자 기술 보유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엑사원은 중국의 딥시크처럼 소버린 AI에 적합한 기반 모델”이라며 “다만 AI 기능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기술과의 협력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테크와 협력하는 서비스를 연기나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AI 드라이브에 대한 큰 그림만 나온 상태고 정부가 주도로 소버린 AI를 구축할지,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할지 논의가 안돼있어 통신사들이 계획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엑사원도 대중 소비용 모델이 아니라 B2B 중심이라는 점에서, 주권 AI 실현을 위해선 생태계 전반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SKT는 국산 칩 기반 AI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체 LLM ‘에이닷엑스’에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하는 테스트에 착수, 기술 자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SKT는 자사 AI 플랫폼 ‘에이닷’에 미국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글로벌 초거대언어모델을 탑재해 AI 에이전트 시장을 선점해왔다.

새 정부의 소버린 AI 선언은 이통3사 AI 전략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SK그룹과 AWS가 울산에서 개소한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베트남 쌀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이 쌀농사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비유를 들며 AI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도 있다. 기술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독립을 추진하면 ‘따라잡기’보다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적지 않다. 초기에는 글로벌 기술을 활용해 수준을 맞춘 뒤 점진적 자립을 꾀하는 ‘실용론’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 사장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24 현장에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메타, 아마존엡서비스(AWS), 구글뿐 아니라 다른 응용 관련 회사들과의 협력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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