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정수현 인턴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당시 탑승객 160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은 25일 원 모(67) 씨를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승객 160명의 생명을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방화 순간이 고스란히 담긴 열차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방향으로 달리던 열차 안 4번 칸에서 휘발유가 든 페트병을 꺼내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길은 20초 만에 객차 전체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승객 6명이 다치고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일부가 불에 타 3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481명이 타고 있었다. 한 임신부는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진 뒤 신발 한 짝을 벗어둔 채 바닥을 기어 가까스로 탈출했다. 불이 붙기 불과 2~3초 전의 일이었다. 검찰은 “휘발유의 특성상 화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대피가 조금만 늦었어도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사는 가까스로 막았다. 승객들은 즉시 옆 칸으로 피신했고 비상 핸들을 작동해 열차를 멈춘 뒤 출입문을 열어 유독가스를 배출했다. 일부 승객은 객실 내 소화기로 불길을 진화했으며 기관사는 대피를 유도해 승객 전원이 지하터널을 통해 무사히 빠져나왔다. 무엇보다 2003년 대구 참사 이후 교체된 불연성 내장재가 화재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원 씨는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대중교통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열흘 전 휘발유를 구매하고 전날 하루 동안 1·2·4호선을 오가며 범행 기회를 탐색했다. 자기 재산도 해지·송금하며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 검사 결과 원 씨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지적 경직성과 자기중심적 사고 특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적 경직성은 익숙한 사고방식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신의 관점만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말한다. 검찰은 “지하철 방화는 테러에 준하는 살상 행위”라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명백한 살인 시도”라고 강조했다.
정수현 인턴기자 sh34sh34@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