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6.67인치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포코M7(8GB, RAM) 27만9990원, 보조배터리 5000mAh 2만8800원, 포토 프린트 인화기 7만8800원, 보풀제거기 1만8800원, 충전식램프 2만8800원.
25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임시오픈한 샤오미 매장 내 진열된 제품들의 가격이다. 포코 M7은 유사 사양의 삼성전자 갤럭시 A34(정가 49만원)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지만, 보조배터리 등 일부 소형 가전은 국내 주요 브랜드보다 오히려 더 비쌌다. 제품군별로 샤오미 특유의 ‘가성비’에 온도차가 있다는게 중론이었다.
1월 한국에 진출한 샤오미는 중국의 최대 전자기기 기업이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을 강점으로 내세워 전날부터 한국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전날 가오픈 상태임에도 하루 30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매장에 들어서니 샤오미의 별명인 '전자통신(IT) 업계 다이소'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10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들이 매대를 채웠다. 매장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뿐 아니라 TV, 전기면도기, 드라이기, 모니터 받침대, 온수기, 진공청소기, 생활 가전, 마이크, 홈캠 등 샤오미의 거의 모든 제품이 전시됐다.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 이미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제품은 총 260여 종에 달한다.
197.62㎡(약 60평) 크기 매장의 중심을 차지한 건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이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4개의 테이블을 가득 채운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스마트 워치, 태블릿이 전시됐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TV가 반대쪽 벽면에는 드라이기, 가습기 등의 소형 가전이 전시됐다.
샤오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 이날 앤드류 리 샤오미 국제사업부 동아시아지역 총괄은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샤오미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이라며 스마트폰이 국내 경쟁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을 봤을 때 눈에 띈 것은 뒷면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 국내에 익숙한 브랜드와는 다른 질감과 마감 처리로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에게 다소 낯선 인상을 줬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샤오미 스마트폰 8종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인 포코 M7을 직접 체험해봤다. 이 제품은 샤오미의 자체 운영체제(OS)인 ‘하이퍼OS’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화면을 켜자 ‘Mi 브라우저’, ‘Mi 동영상’ 등 샤오미 자사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탑재돼 있었고, 브라우저에서는 인공지능(AI) 기능도 지원하고 있었다. 다만 해당 기능은 아직 로컬라이징(현지화)이 완료되지 않아 대부분의 설명과 명령어가 영어로 표기돼 있어 사용에 불편했다.
이러한 현상은 샤오미 기기 전반을 아우르는 연결 애플리케이션 ‘미 홈(Mi Home)’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LG의 ‘싱큐(ThinQ)’처럼 자사 스마트 가전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지만, 앱을 다운로드하면 이름이 ‘米家(미가)’로 표시되고, 세부 설명 역시 중국어로 표기돼 있어 국내 사용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느껴졌다. 샤오미 관계자는 "최근 현지화를 위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고객 불편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오프라인 매장이어선지 곳곳에서 미숙한 점도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는 선풍기, 드라이버 등 일부 제품은 직접 작동해볼 수 있었지만 마이크 등은 체험이 제한돼 제품 성능을 충분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서비스에서도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수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고객도 있었다. 현재 샤오미는 A/S를 직영 서비스센터와 SK네트웍스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데, SK네트웍스서비스의 부품 단가는 샤오미 측이 직접 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샤오미는 “향후 본사의 체계를 마련해 부품 공급과 수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제품을 직접 만져보며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리 총괄은 "샤오미는 전연령에서 사용가능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모든 사람들이 IT를 편하게 사용하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샤오미의 국내 진출은 단순한 ‘가성비 제품’ 유통을 넘어 단일 브랜드로 생활을 통합하려는 소비자 수요와 맞물린다. 심플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 생태계가 샤오미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IT 제품군은 단일 브랜드로 꾸리려는 소비자 니즈가 있다”며 “샤오미는 생활가전, 소형 기기 등을 고루 갖춘 데다 일정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도 확보하고 있다. 어중간한 국내 제품을 구매해 실패하기보다는, 샤오미의 브랜드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궁금해하며 찾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라며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물성을 드러낸 점은 국내 소비자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샤오미가 이번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샤오미는 수도권에만 매장 2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며 샤오미의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는 AS센터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AS만을 전담하는 직영 서비스센터도 신설된다.
여의도 샤오미 스토어의 경우 현재 AS 담당 인력은 2명이지만 향후 3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AS 비용은 보증기간 내 소비자 과실이 없는 경우 무상으로 처리된다. 그간 중국산 전자제품 구매의 최대 난점으로 꼽혔던 수리 공백이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샤오미의 한국 안방 흔들기는 이미 시작됐다. 1월 한국법인 설립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조이누 샤오미코리아 지사장은 "샤오미는 네이버 카페의 한 주요 팬 커뮤니티가 51만5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강력한 한국 팬 기반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 로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제품과 서비스, AS 등 모든 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