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용호 총괄사장, '본원 경쟁력 회복' 천명…"리밸런싱, 생존 위해 필수'
배터리 자회사 SK온 상장 두고 고민…'쪼개기 금지' 정부 엄포도 부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SK이노베이션 제공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SK이노베이션 제공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SK이노베이션이 강도 높은 사업 재조정(리밸런싱) 고삐를 죄는 가운데 ‘아픈 손가락’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속한 상장을 통해 현금 흐름 숨통을 틔워 적자 회복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새 정부 ‘쪼개기’ 상장 금지 공언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검토 중이라는 SK이노베이션 측 입장에 수긍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최근 계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운영 개선, ‘원 팀’ 정신 등을 강조했다. 

장 총괄사장은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현재 사업 수익성 및 재무구조 악화, 기업 가치 하락 등 위기를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산업 불황,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수요 하락, 미·중 무역 갈등을 포함한 대외경제 불확실성, 경쟁사 대비 차별적 우위 실종 등으로 전체적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장 총괄사장은 아울러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라며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빠르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장 총괄사장이 그룹 내 투자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만큼 자산 유동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용호 총괄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밝힌 회사 위기 진단은 정확하지만 문제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장 총괄사장은 취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핵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비주력 사업 정리와 지분 매각을 위한 조감도를 그려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회사 ‘뿌리’인 정유사업 부문(SK에너지)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와 사업을 리밸런싱 대상으로 검토할 정도로 강도 높은 사업구조 재편을 앞두고 있다.

대표적 조정 대상으로는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와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꼽힌다. 이들은 모두 2026년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중복 상장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내년까지 상장을 마치기로 한 내부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다.

이중 전기차 캐즘, 배터리 업황 침체와 맞물린 SK온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SK온은 올해 1분기 29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주요 계열사 중 가장 큰 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일시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이후 다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 침체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도 매우 낮다.

그룹이 공을 들이고 있는 SK온 상장은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에 놓였다.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노리고 있지만, 정부가 소위 ‘쪼개기 상장’, ‘중복 상장’ 등 기존 자본시장의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하며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온 역시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의 구조를 볼 때 중복상장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상장 성사 전 절차 자체가 기존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호 총괄사장이 공언한 SK이노베이션 ‘대수술’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회사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조 조정을 추진하겠단 입장이어서 향후 추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부진한 계열사나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과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다양한 리밸런싱 카드를 검토하는 중”이라며 “자회사 상장은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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