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긴장 속 상황 주시…확정시 한국기업 반도체 생산 타격
"최종 결정은 아냐"...생산망 다변화·기술자립 촉진 계기될 수도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동맹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통보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라인에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국 정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즉 기존의 ‘포괄적 면제(blanket waiver)’ 지위가 박탈될 전망이다.
◆단기 피해 불가피…장비 반입 규제, 왜 지금일까
지난 몇 년간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동맹국 기업에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왔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 통보는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해진 상황에서 미국 내 기술 유출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을 통해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별도의 미국 정부 승인 없이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VEU 제도를 폐지하거나 포괄적 면제를 철회할 경우 앞으로는 장비 반입마다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엄격한 절차가 적용된다.
이는 생산 효율성 저하, 납기 지연, 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미국산 장비가 차단될 경우 중국 공장의 기술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거점을 통해 글로벌 수요에 신속히 대응해왔으나 장비 반입 제한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을 상당 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는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에도 생산 차질, 비용 증가 등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정부-기업 협력 관건
이번 미국의 규제 방침은 국내 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응도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 대체 장비 도입 지원, 글로벌 생산망 재편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예외 조항 유지, 또는 규제 완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한,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 육성, 현지화 기술 개발 지원, 글로벌 생산망 다변화 지원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단순히 국내 반도체 업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예고된 상황이어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장비인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중국 반입이 금지된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망 다변화, 현지화 기술 개발, 대체 장비 도입 등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이번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는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이고 베트남, 인도,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 기업은 미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지화 기술 개발, 대체 장비 도입, 자체 장비 개발 등 기술 자립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생산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