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텐센트, 국내 시총 상위 5개 게임사 중 3개사 2대주주
국내 콘텐츠 산업 주도권 중국 자본에 잠식될까 우려
'승리의 여신: 니케'의 개발사 시프트업 지분 34.58%를 소유한 텐센트./텐센트게임즈
'승리의 여신: 니케'의 개발사 시프트업 지분 34.58%를 소유한 텐센트./텐센트게임즈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는 중국의 텐센트가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이와 관련해 텐센트는 넥슨 인수 계획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국내 대표 게임사가 중국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많은 업계인들이 우려를 표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IT기업으로 중국 국민 메신저라 할 수 있는 위챗과 QQ를 비롯해 검색서비스, 핀테크, 게임,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6월 20일 기준 시가총액은 5883억달러(약 805조원)로 중국 1위, 아시아에서는 사우디 아람코와 TSMC에 이은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33조원, 순이익은 39조원에 이른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나선 텐센트는 넥슨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이미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2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텐센트는 2014년 넷마블에 약 5330억원을 투자해 17.52%의 지분을 확보했고 크래프톤에도 2017년부터 누적 약 5700억원을 투입해 14.0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파트너십 관계인 시프트업의 지분도 34.58%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프트업의 대표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전 세계 유통도 텐센트가 담당한다.

텐센트의 국내 시장 침투는 게임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6년 5월 텐센트는 위잉테크놀로지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에 총 750억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자회사 텐센트모빌리티를 통해 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66%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2433억원에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섰다.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각각 5.95%, 2.96%를 보유하는 등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퍼블렉시티 AI
텐센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퍼블렉시티 AI

이 같은 텐센트의 행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기술과 IP를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고 세계 시장에서 갈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K-콘텐츠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해지면 우리 문화 고유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우리나라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거나 IP를 무단으로 사용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반면 텐센트의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텐센트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큰 규모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이 초기 성장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텐센트에게도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2012년 카카오에 투자했던 720억원의 지분 가치는 2025년 기준 4조6750억원으로 폭등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진출할 때도 텐센트와의 협업은 유리하게 작용한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텐센트가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면서 조단위의 연매출을 발생시켰으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역시 텐센트가 중국 내 모바일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분 투자는 하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텐센트의 투자 기조도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텐센트가 중국 기업이고 중국 정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언제든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 시장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나가다 보면 결국 국내 게임 산업은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중요한 수출 시장이고 텐센트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적절한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텐센트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 게임사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를 2011년 인수했고 2012년 에픽게임즈 지분 40%, 2016년에는 슈퍼셀의 지분 84.3%를 매입했다. 이외에도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텐센트가 이처럼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중국 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석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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