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검토 부실·준비 부족 반복… 구조적 문제 번져
전담 인력·법리 지원 체계 미흡… 기피 부서화 우려
시민 혈세로 소송비 부담… 최대 800억대 손실 전망
[한스경제=하태민 기자] 전남 여수시가 최근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시정 신뢰는 물론 최대 800억원대 혈세 낭비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단순 행정 실수 수준을 넘어 구조적 대응 부실이 반복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수시의회 송하진 의원(무소속, 미평·만덕·삼일·묘도)은 지난 12일 열린 제246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최근 5년간 여수시가 당사자로 관여한 행정소송은 총 144건이며 이 가운데 66건에서 패소하거나 일부 인용 판결을 받았다"며 "패소율이 높은 것은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날 정기명 시장을 상대로 △돌산 아파트 사업불승인 손해배상 △상포지구 손해배상 등 △웅천지구 택지개발 정산 △화양지구 상수도원인자부담금부과취소 등 대형 소송사건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특히 화양지구 소송은 정 시장이 변호사 시절 소송대리인으로 두 차례나 관여했던 사건으로 시장 취임 이후에도 동일 사안에 대해 다시 소송을 치렀지만 시가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2심 재판 진행 중으로 시가 패소할 경우 136억원 혈세가 낭비될 처지에 있다.
송 의원은 "최근 소송에서 법령 해석 차이 수준이 아닌 명백히 절차적 위반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이 시민과 마지막 신뢰 절차인 소송에서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 스스로 해당 사건 경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였음에도 시가 반복적으로 같은 쟁점에서 허점을 드러낸 것은 행정 총책임자로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했다.
행정소송 장기화는 시 공무원 업무 피로로도 이어지고 있다. 여수시는 별도 소송 대응 전담 조직 없이 각 부서가 추진한 행정 사안이 소송으로 비화되면 해당 부서 공무원이 법무팀과 함께 직접 대응하는 구조다.
송 의원은 "현재 여수시는 행정소송을 수행할 전담 인력도 없고 법리 검토나 판례 축적 시스템도 부재하다"며 "패소가 누적되면 담당 부서는 내부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이는 결국 행정 위축과 보신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공직 내부에서는 법적 분쟁 부담 때문에 행정 집행 자체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 의원은 "행정소송은 시민과 마지막 신뢰 절차이자 행정 정당성을 법적으로 검증받는 과정"이라며 "반복적으로 패소하고 있다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소송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송을 피하는 예방 행정이 더 중요하다"며 "외부 자문 없이 무리하게 처분을 내리거나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행정행위를 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행정이 시민 신뢰 출발점"이라며 "시민 권리와 재정이 소송으로 낭비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내부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