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비중 작지만 다용도·수요 견조…‘알짜 사업’ 부상
에쓰오일, 유럽 윤활기유 신규법인 설립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1분기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부진한 에쓰오일이 윤활기유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윤활유 사업은 전체 비중은 작지만 용도가 다양하고 수요가 경기를 타지 않아 ‘알짜’ 분야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최근 유럽에 윤활기유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 투자를 지속한다는 복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분기 3가지 사업부문(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중 유일하게 윤활부문에서만 흑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에쓰오일은 정유사업에서 568억원, 석유화학 사업에서 745억원의 적자를 내며 부진했다. 반면 윤활유 부문에서는 109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전체 사업에서 윤활유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8%로 다소 경미한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정유는 78.7%, 석유화학은 12.5%를 차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으로 쏠린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석유화학 비중을 25%까지 늘릴 목적으로 울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더라도 이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와 정제마진 약세로 정유사들의 본업 경쟁력이 위협받는 가운데 윤활유 부문은 수익 방어를 해내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활유 부문의 가장 큰 장점은 유가나 정제마진 영향으로 변동이 심한 정유 사업과 달리 제품 자체 부가가치가 높아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윤활유는 기계 장치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등의 정기 유지보수 작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돼 경기를 타지 않고 수요가 꾸준하다.
정유사들은 최근에는 윤활유 신규 활용 분야로 ‘액침냉각’ 기술을 주목하고다. 액침냉각은 서버 전체를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기존 공랭식과 비교해 열전도율이 높고 전력 소비량은 30% 적어 차세대 열관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비롯,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용 배터리 등 타 열관리 분야로 확장이 가능해 잠재력을 갖춘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쓰오일도 최근 유럽에 윤활기유 판매 관련 신규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유럽에 신규 법인 '에쓰오일 유럽 B.V.(S-OIL Europe B.V.)'를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연료, 연료용 광물 및 관련 제품 도매업을 목적으로 한다. 에쓰오일 대주주 사우디 아람코 자회사들로부터 윤활기유를 구매해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을 전개한다. 더불어 윤활기유 제품에 대한 본사 마케팅 지원 서비스도 수행한다.
에쓰오일의 이번 법인 설립은 기존 네덜란드 소재 유럽 지사를 법인으로 승격한 것으로 회사의 사업 다각화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글로벌 윤활유 시장 규모는 2023년 1723억달러(약 234조원)에서 오는 2032년 2052억달러(약 279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선 윤활유 품질 고급화로 기존 저품질 제품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에쓰오일 등이 생산·판매하는 고급 윤활기유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장기적 시황 개선을 염두에 두고 투자 강화 중”이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수 기자 charles@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