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과 희토류를 포함한 중국과의 광물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북극’과 ‘북극항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K-북극항로’가 유행이다. 우선 용어의 개념 정의부터 필요하다. ‘K-북극항로’란 한국이 필요로 하는 또는 한국이 활용 가능한 북극의 항로다. 현재로선 러시아의 ‘북방항로(NSR·Northern Sea Route)’가 그것이다.

북극에는 크게 3개의 항로가 북극해를 횡단하고 대서양(유럽)과 태평양(아시아) 사이를 연결한다. 첫째 (북유럽을 기점으로 동쪽으로) 노르웨이 북쪽 해안에서 시베리아 북쪽 해안을 따라 베링 해협까지 연결된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가 있다. 1933년 소련 정부는 이 루트의 소련 측 구간을 북방항로(NSR)라 칭하고 관할권을 행사했다. 러시아 NSR은 해안선 근접 노선,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노선, 해안선에서 많이 떨어진 노선의 3가지 노선을 갖고 있다. 둘째 (북유럽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우회해 캐나다 북극해 아치펠라고를 통과하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가 있다. 셋째 (북유럽을 기점으로) 북극점(North Pole) 근처를 통과하는 북극점 횡단 항로(Trans-polar passage)가 있다. 

북극해 항로들(Source: G. Sander/A. Skoglund, Norwegian Polar Institute, 2014)* 그림 설명: 초록색 선은 북서항로(미국, 캐나다 북극해 통과, 캐나다 북극 아치펠라고 통과하는 여러 노선); 빨강색 선은 북극점 통과 항로; 파란색(실선)은 북동항로(노르웨이 북극해 통과), 파란색(점선)은 러시아 북방항로 중 해안선 근접 노선,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노선, 해안선에서 많이 떨어진 노선이다; 검은색 선은 러시아 북방항로 경계선(러시아 관할권 주장)
북극해 항로들(Source: G. Sander/A. Skoglund, Norwegian Polar Institute, 2014)* 그림 설명: 초록색 선은 북서항로(미국, 캐나다 북극해 통과, 캐나다 북극 아치펠라고 통과하는 여러 노선); 빨강색 선은 북극점 통과 항로; 파란색(실선)은 북동항로(노르웨이 북극해 통과), 파란색(점선)은 러시아 북방항로 중 해안선 근접 노선,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노선, 해안선에서 많이 떨어진 노선이다; 검은색 선은 러시아 북방항로 경계선(러시아 관할권 주장)

위 세 항로의 조건을 비교해 보면 ‘K-북극항로’의 관점에서 현재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활용 가능성이 높은 항로는 러시아의 NSR이다. 요지는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북극항로인 NSR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법령 준수는 물론 러시아와의 협력은 기본 전제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NSR 협력은 장애물과 복잡한 지정학적 국제관계에 얽혀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하는 상황과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응해야 하고 실리주의를 추구하려는 한중 관계는 중국의 영향력을 배척하는 미국의 이익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의 글로벌 협력관계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K-북극항로’는 이러한 지정학적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 장애물을 넘어서면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K-북극항로’는 러시아의 협력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러시아의 필요성과 한국의 필요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러한 균형에는 중국, 북한, 미국 등이 연결돼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바로 다음 날인 2월 25일 한국은 동맹인 미국과 더불어 대러 제재를 시작했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선언했다. 이후 3년에 걸쳐 우크라이나 전쟁은 구조적으로 세계대전의 양상을 띄며 전개돼 왔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국, 유럽(NATO),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가담했다. 이에 중국과 인도, 이란 및 중동 국가들은 러시아 측을 지원하거나 러시아의 값싼 석유와 가스를 구입하며 러시아를 지원했다. 대러 제재로 러시아는 당장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필요한 탱커(운반선)의 수급이 막혀버렸다. 한국의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와 LNG 탱커 10척을 계약했으나 전쟁으로 5척 생산에 그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접어들면서 양상들은 더욱 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종전협상에 접어들었고 미국은 희토류 등 전략광물을 중심으로 북극에서 본격적인 대중국 견제에 들어갔다. 지금 북극에서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NSR 활성화와 에너지 및 광물의 아태지역 수출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의 의제로서 대러 제재 해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북극에서 노리는 것은 북극항로 전반에 걸친 견제, 특히 항로와 광물 및 에너지 공급망 부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또한 북미 북극해 연안의 알래스카 가스 프로젝트에 세계 LNG 수입 2, 3위인 일본과 한국의 투자를 끌어들여 그렇지 않아도 ‘에너지 강대국’인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석유 생산량 세계 1위,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전세계 생산량의 25%), LNG 수출 세계 1위다.  

러시아 NSR의 ▲얕은 수심 ▲높은 쇄빙 에스코트·파일롯티지 비용 ▲중소형 컨테이너선만 이용 가능 ▲선박 및 해상 운송 보험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청정연료 사용 ▲러시아의 군사적 통제 등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제외하더라도 러시아와의 ‘K-북극항로’ 협력은 우크라이나 종전·평화협정이라는 눈앞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종전·정전·휴전에 대한 당사국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우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종전·정전 협상의 목적은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평화를 확립하는 것’이다. 분쟁의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정권, 나토 가입 추진 등 친서방 정책이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완전 철수, 우크라이나 점령 영토(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로지아·헤르손) 중 미점령 지역 일부(일명 ‘돈바스 지역 전체’)까지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방안, 우크라이나 중립, 나토 가입 반대, 외국군대·무기 주둔 금지, 대러 제재 해제 등이다. 

우크라이나는 일부 영토 양보와 동시에 미국의 안전보장을 원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광물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게 놔둘 수 없다’는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유럽은 모든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반환과 대러 유럽집단 안보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중재를 밀어붙일 수 있는 제재 수단과 힘을 가진 미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의 입장을 조율할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의외로 짧은 기간 안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희망, 가능성에 따라 경제성과 효율성 및 대체성을 추구하는 ‘K-북극항로’는 기술적 문제점과 지정학적 도전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배규성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연구교수

배규성 교수
배규성 교수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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