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 생태계 흔들겠다던 애플, WWDC서 ‘리퀴드 글라스’ 발표
AI 에이전트 시대, 애플 '시리'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져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 WWDC / EPA=연합뉴스
[쿠퍼티노(미 캘리포니아주) WWDC / EPA=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생태계 판을 뒤흔들어보겠다"고 선언한 애플이 정작 꺼내든건  '디자인 혁신'이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행사 ‘WWDC 2025’에서 1시간30분간의 키노트 발표 중 1시간을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로 불리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디자인 소개에 할애했다. 애플 기기의 운영체제(OS)를 관통하는 이 디자인은 투명하면서도 3D 느낌의 유려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전 기기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날 발표에서 기대를 모았던 AI 기능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시리’의 AI 에이전트 버전은 내년으로 출시가 미뤄졌다. 지난해 청사진만 제시됐던 시리는 이번에도 구체적인 서비스 시점이나 기능 공개 없이 “더 자연스럽고 유용해졌다”는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크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시리가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리퀴드 글래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애플
리퀴드 글래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애플

이번 WWDC에서는 그밖에 ▲모든 OS 버전 명칭의 연도 통합(iOS 26, macOS 26 등) ▲AI 통합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서드파티 앱 적용 확대 등이 공개됐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아마존의 알렉사처럼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가 이미 시장에서 수익화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애플은 여전히 AI 기술의 완성도 문제로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시장 반응도 냉랭했다. WWDC 직후 애플 주가는 1.2% 하락했다. 앞서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구글의 연례 개발자회의(Google I/O)와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 통신은 "행사 자체에 큰 놀라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언어 번역 도구와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재설계를 발표했지만, 일부 AI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며 "애플의 AI 본격 복귀는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시장 트렌드와 다르게 AI 경쟁을 '자사 기기' 내로 집중하고 있다. "바뀐 건 단하나 전부"라고 말하던 기업이 AI 시대에서는 사소한 기능만을 바꿔 출시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원 교수는 "산업 트렌드는 에이전트AI로 나아가고 있지만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와우 포인트' 없이 UX만 강조했다. 내부에서 개발한 AI든 외부 챗GPT든 아이폰에 접목했을 때 '애플스럽다'는 느낌이 없어 실망감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여전히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착하고 있지만 영화 ‘HER’처럼 AI 에이전트를 다양한 콤팩터에서 활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애플이 이번 발표에서 반지, 안경 등 새로운 디바이스를 시도하는 모습은 확인됐고 인텔리전스 기능만 강화된다면 충분히 재도약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이 오는 9월 아이폰 발표에서도 반전을 연출하지 못한다면 애플의 AI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하반기 iOS26 정식 론칭이 진짜 승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대외 여건도 쉽지 않다. 올해 들어 주가는 약 33% 하락했고 핵심 생산기지인 중국 폭스콘 공장은 미중 갈등 속 전자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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