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석주원 기자] 디지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의 지난해 최고 판매 게임을 살펴보면 ‘엘든 링’, ‘발더스 게이트 3’,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 등 쟁쟁한 IP들 사이에 ‘팰월드’라는 생소한 게임이 하나 섞여 있다.
일본의 소규모 개발사 포켓페어(PocketPair)가 개발한 팰월드는 ‘팰’이라 불리는 가상의 생명체를 수집해 거점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오픈월드 생존게임이다. 가상의 생명체를 포획한다는 콘셉트와 포획 방식이 닌텐도의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닮아서 표절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독특한 게임성으로 인해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월 스팀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팰월드는 출시 6일 만에 800만장 판매량을 돌파했고 최고 동시접속자 21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 총 이용자 수는 32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며 인디게임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일반적으로 인디게임은 소수 인력들이 적은 개발비로 개발한 게임을 지칭한다. 개발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보니 완성도가 좋지 않은 게임이 대다수지만 그 중 일부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주목받으며 예상 외의 흥행에 성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무협 육성게임 ‘활협전’은 단 두 명의 개발자가 6년 동안 개발한 게임으로 더 이상 개발을 지속할 자금이 부족해 미완성인 채로 게임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에는 게임의 완성도가 낮아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처럼 성공한 게임은 전체 인디게임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스팀에 ‘인디’ 카테고리로 등록된 게임은 8만2000개가 넘는데 이 중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렇게 많은 게임들 중에 이용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회를 얻는 게임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수많은 인디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좋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소규모 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이 점차 대형 퍼블리셔 위주로 순환되면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동원하지 않으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개발사들이 스팀 등 PC 인디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팀의 경우 신작이 출시되면 메인에 일정 기간 노출되기 때문에 인디게임도 존재감을 보여주기 쉽고 대형 퍼블리셔 없이도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요소 덕분에 국내 중소개발사들도 적극적으로 스팀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증가하는 개발비로 고민하는 국내 대형 개발사들도 인디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내부 스튜디오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해 소규모 개발 조직을 통한 인디게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넥슨 산하 민트로켓에서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인디게임을 표방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지난해까지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크래프톤과 네오위즈 등 PC와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사들도 인디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인디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디게임은 소규모 개발사나 개발자들 중심의 작은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들이 참여하면서 점차 인디게임 시장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 모바일시장 게임과 마찬가지로 향후 인디게임 시장도 대형 퍼블리셔를 통한 마케팅이 없으면 흥행이 어려운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석주원 기자 stone@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