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오픈AI가 한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AI 기술과 인프라를 함께 설계·배포할 글로벌 시험장으로 한국을 지목하는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아시아에서 세 번째, 전 세계 열두번째 거점으로 서울사무소 설립을 공식화했으며 현재 링크드인을 통해 영업, 기술 등 6개 핵심 직군에서 현지 채용에 나서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다.
오픈AI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챗GPT 유료 가입자 수 2위를 기록 중이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 정부 정책, 국민의 기술 수용성까지 갖춘 'AI 전략 요충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 사용자 폭증한 한국…'테스트베드' 아닌 '창조적 사용자'
오픈AI의 전략적 관심은 우선 한국 내 사용자 급증이라는 뚜렷한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4월 98만명이던 챗GPT 월간 사용자 수(MAU)는 지난 4월 1072만명으로 1년 만에 11배 급증했다. 앱 설치 건수와 총 사용 시간 등 주요 지표도 폭등했으며 유료 사용자 수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제이슨 권은 "한국인들은 단순히 빠르게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AI 사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은 개발자 API 사용량, 기업용 GPT 서비스 채택률에서도 글로벌 상위권에 오르며 '선도 사용자(Lead User)' 국가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러한 창조적 사용 행태는 서비스 현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와 협력한 AI 비서 '카나나'는 그 상징적 사례다. 한국어 문맥에 최적화된 GPT 인터페이스는 오픈AI가 한국을 단순한 기술 소비국이 아닌 AI 기술의 공동 진화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협력은 향후 다른 지역에 수출될 수 있는 현지화 전략의 시금석이 될 가능성도 내포한다.
◆ 삼성·SK와 손잡은 오픈AI…풀스택 생태계 구축 나선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한 오픈AI는 이제 그 바탕이 되는 인프라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강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칩 개발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분야에서 오픈AI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방한 중 삼성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을 각각 만나 대규모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AI 하드웨어 공동개발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은 실리콘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이상적인 AI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수치로도 그 잠재력은 뚜렷하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출원 세계 1위, 주간 사용자 수 4.5배 증가, GPT 기업 채택률 글로벌 5위 등 기술력과 시장 수용성, 정책 기반을 모두 겸비한 환경을 갖췄다. 오픈AI는 이러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실험과 상용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점찍은 것이다.
◆ 정부 100조 원 투자…'AI G3' 향한 공공-민간 공동전선
이 같은 민간의 기술력과 글로벌 협력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부는 'AI G3(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 달성을 목표로 100조 원 규모의 민·관 합동 투자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AI 기본법 제정, 산업 AI 도입률 70%, 공공 AI 도입률 95%라는 구체적 목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장기 전략을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인셈이다. 제이슨 권 CSO는 "한국 정부의 AI 비전은 오픈AI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며, "서울사무소는 정책, 기업, 학계와의 전략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사무소는 오픈AI의 글로벌 확장 전략인 '오픈AI for Countries'의 일환이다. 오픈AI for Countries 각국의 AI 주권과 산업 역량에 맞춰 데이터센터, 기술 배포, 교육 협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전략 아래, 오픈AI는 카카오(플랫폼), 삼성·SK(반도체), SK텔레콤(인프라), 크래프톤(콘텐츠), KDB산업은행(금융) 등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AI 산업 전반에 걸친 '자가 강화 순환'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의 데이터센터 금융 협력은 정부 전략과 민간 투자의 연결 고리로 작용하며 공공과 민간의 AI 협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오픈AI의 서울행은 단순한 해외 사무소 개설이 아니다. 이는 한국을 AI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로 삼아, 글로벌 AI 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 선언이다. 뛰어난 사용자 참여도, 반도체 기술력, 그리고 정부의 일관된 지원은 한국을 오픈AI의 '가장 전략적인 동맹국'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 지배적 의견이다.
제이슨 권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한국의 AI 생태계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실험장"이라며 "오픈AI도 이 여정에 깊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진출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라 한국형 AI 모델 구축과 세계 시장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이중 포석"이라며 "이러한 '상생 프레임'이야말로 글로벌 AI 시대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전시현 기자 jsh41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