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5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350원대로 내려앉았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5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350원대로 내려앉았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350원대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를 띠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였고,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수로 이어진 영향이다. 한때 1400원대가 ‘뉴노멀’로 여겨졌고 1500원 돌파 우려까지 나왔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시장에선 환율 하단이 1300원대 초반까지 열릴 수 있다는 내다봄마저 흘러나온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내린 1358.4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1350원대 종가 기록은 지난해 10월 14일(1355.9원)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장중에는 1355.7원까지 떨어지며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찍었다. 불과 두 달 전 4월 9일(1484.1원)과 비교하면 120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환율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꼽힌다. 4월에 이어 5월 미국 고용지표마저 시장 기대를 밑돌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결국 달러 약세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힘입어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들이 반등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 합의로 글로벌 무역 긴장 역시 한풀 꺾였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에 적극적으로 매수세를 이어갔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덜어내자 ‘사자’ 분위기는 한층 우위를 점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앞으로도 1300원대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은 최근 리포트에서 6월 원·달러 환율이 1330~1390원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대만달러 강세, 미국과의 환율 협상 등 복합적 요인이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재정 불확실성, 국채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이 장기적으로 달러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통화 방향성은 한동안 하락 쪽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달러지수(DXY) 100포인트에 대응하는 원·달러 환율 적정 범위를 1300~1360원으로 보고, 연말 환율도 13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역시 환율 하락세에 주목했다. 연구소는 6월 브리프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 한미 통상 협상, 신정부 출범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 내림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아시아 주요 통화의 강세 기조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높은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5월 일간 변동폭이 20원에 이를 정도로 출렁이는 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최근 ‘주요 교역 대상국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4월, 12월 한국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112억달러(GDP의 0.6%)를 순매도했으며, 앞으로도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 상황에만 한정할 것을 주문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1350원대 환율의 변동 속에서 향후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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