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트코인서울 2025’ 콘퍼런스 개막…비트코인 ETF 기관투자자 대규모 유입
"정책 결단 내리면 美·中 이은 3대 강국"…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규제혁신 필요성
5일 서울 롯데 시그니엘에서 테니스포터 사포시액션펀드 대표, 강진(가운데) 해시드 법무총괄, 스테판 리베라 팟캐스터가 아시아의 비트코인 정책 규제와 혁신의 균형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한때 ‘묻지마 투자’의 대명사였던 비트코인이 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우뚝 섰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수익을 노린 ‘투기 광풍’ 이미지는 사라지고, 월가의 막대한 기관 자본이 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품으면서 시장 위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5일 서울 롯데 시그니엘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콘퍼런스 현장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줬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 비트코인 시장 리더로 도약할 ‘골든타임’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실체 없는 투기’라는 비난을 받던 비트코인은 이제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 성숙한 금융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 월가 자본 타고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한국, ‘비트코인 강국’ 입증

실제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된 후, 단숨에 1340억 달러(약 185조 원)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금(金) ETF 전체 규모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코인 온체인 분석 전문 기업인 체크온체인 제임스체크 CEO는 “기관 자본이 뒷받침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과거 80%대에서 3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이제 비트코인은 조용한 상승세 속에서 금융시장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업체 해시드의 강진 법률 총괄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가장 왕성하게 매수에 나서는 건 한국인”이라며 “한국은 이미 숨겨진 비트코인 강국”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업비트, 빗썸 등 국내 대표 거래소의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를 넘어선 사례도 나왔다. 젊은 직장인의 ‘영끌’ 투자도 어느새 한국 시장의 풍경이 됐다.

그는 “한국 정부가 2020년부터 비트코인 제도화를 추진해 왔으며, 이제는 본격적인 투자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강진 법률 총괄은 “원화는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통화 가운데 하나”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야말로 한국의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높일 결정적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사이의 충돌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5일 서울 롯데 시그니엘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행사에서 빗썸 직원이 '마이닝 스테이션' 부스 내 비트코인 모양의 빵을 정리하고 있다.

◆ 스테이블코인·CBDC 정책 충돌, 산업 육성은 ‘지금이 적기’

한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는 2020년의 자금세탁방지(AML) 강화, 2023년 투자자 보호법 도입에 이어, 이제는 산업 육성 차원의 규제로 진화 중이다.

일본은 ‘폐쇄형’, 홍콩은 ‘개방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각각 채택했다. 중국은 아예 독자적 디지털 위안화를, 미국은 도입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은 현실적·실용적인 접근이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강 법률 총괄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규제를 도입했지만, 산업 육성 속도는 매우 더디다”며 “지금이 디지털 자산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울 마지막 기회”라고 짚었다. 이어 “과감한 정책 혁신 없이는 아시아 디지털 자산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 외환 통제, 한국은행의 CBDC 개발과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5일 서울 롯데 시그니엘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행사에서 관람객이 'CORE' 부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 서울 롯데 시그니엘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 행사에서 관람객이 'CORE' 부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비트코인 경영’ 나선 기업들…“혁신 막지 않는 규제”가 관건

콘퍼런스 현장에서는 비트코인 ETF를 통한 간접 투자를 넘어, 직접 보유·경영 전략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유럽의 ‘더 블록체인 그룹’ 등은 지난해 11월 전략 출시 이후 2,0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해 화제가 됐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아예 비트코인 투자 회사로 변신하며 주가가 10배 넘게 폭등했다. 일본의 메타플래닛도 도쿄 증시에서 비트코인 전략을 앞세워 단숨에 시가총액 20억~40억 달러대까지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 ‘비트코인 매입’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속속 선뵀다. 실제로 비트코인 직불카드, 실제 물리적 호텔 등 실물 경제와의 접목도 이뤘다.

프랑스 더 블록체인 그룹의 알렉산드르 레제 부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점차 많은 공기업이 비트코인 보유에 나서고 있고, 규제 당국도 명확한 법적·회계적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비트코인을 직접적으로 보유하는 기업들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팟캐스터 스테판 리베라는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 사기는 차단하는 규제가 곧 좋은 정책”이라고 전했다. 그는 “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유망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너무 느슨하면 사기꾼만 남는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강진 법률 총괄은 “한국 정부가 지금이 변곡점임을 인식하고 보다 과감한 규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정책적 결단을 내린다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대 비트코인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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