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리걸테크 포럼 2025, 생성형 AI는 더 이상 ‘선택’ 아닌 ‘생존’
톰슨로이터 “규제·기술·속도” 3대 변수로 리걸테크 인프라 재편
반복 업무는 AI, 전문가는 전략…법률 실무의 질적 전환 가속화
5일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리걸테크 포럼 2025'에 참석한 연사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성일 톰슨로이터코리아 상무, 임희준 SK(주) AX 법무 담당 CLO, 임유경 두산밥캣 팀장, 정재억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김세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
5일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리걸테크 포럼 2025'에 참석한 연사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성일 톰슨로이터코리아 상무, 임희준 SK(주) AX 법무 담당 CLO, 임유경 두산밥캣 팀장, 정재억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김세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법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오랫동안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국내 법조계도 AI에 대한 인식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업 톰슨로이터 코리아가 5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코리아 리걸테크 포럼 2025’에서는 AI가 가져온 법무환경의 현실적 변화와 앞으로의 전략,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김준원 톰슨로이터코리아 대표는 “이제 AI는 법률 실무의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AI 도입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법률 AI, 단순 보조 넘어 핵심 역량으로

2017년부터 법률 기술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실무 도입 전략을 모색해온 ‘코리아 리걸 테크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이 법률 업무의 본질을 확장시켰다고 진단했다.

임희준 SK(주) AX 법무 담당 CLO(최고 법무책임자)는 “2000년대 초 로앤비의 등장으로 법률 정보 서비스의 온라인화가 시작됐다면 챗GPT 등장 이후 리걸테크는 변호사의 본질적인 업무까지 아우르는 ‘리걸 AI’로 개념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정재억 변리사 역시 2022년 말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도래를 AI를 ‘절대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기’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세진 통상분쟁대응 과장은 “초기 AI 활용을 꺼렸던 외국 대형 로펌들이 중소 로펌들의 적극적인 도입과 함께 퀄리티, 비용, 보안 문제가 개선되면서 인식이 급변했다”고 전하며 거대 언어 모델(LLM)의 등장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리걸테크 포럼 2025’에서 김준원 톰슨로이터코리아 대표가 “AI는 법률 실무의 필수”라며 법률업계의 변화와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5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리걸테크 포럼 2025’에서 김준원 톰슨로이터코리아 대표가 “AI는 법률 실무의 필수”라며 법률업계의 변화와 과제를 강조하고 있다.

◆ 계약·번역·소송지원···이미 실무에 쓰이는 AI

생성형 AI는 이미 법률 시장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계약 초안 작성, 판례 검색, 번역, 소송 자료 검토 등 반복적이고 방대한 업무는 AI가 처리한다. 정재억 변리사는 “AI가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며 번역 수요 대응,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전자증거개시), 대량 데이터 검토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두산밥캣 임유경 팀장은 “2023년부터 챗GPT 솔루션 기반의 ‘두산 AI 챗’을 도입해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I 도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세 가지 ‘현실 장벽’이 반복해서 언급됐다. 우선 콘텐츠 신뢰성에 있다. 같은 질문에도 다른 답을 내놓는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은 도입 비용과 투자수익율이다. 기술에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나오는지 여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보수적 조직 문화이다. AI 성능에 대한 기대와 실제 활용 사이의 괴리가 있다.

김세진 과장은 “특히 국제 통상 규제 변화와 맞물려 AI 관련 규제가 폭증하고 있어, 서비스 제공 시 규제 준수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준 CLO는 AI 도입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의문, 경영진이 인식하는 AI 성능과 실제 성능의 괴리, 그리고 법조계의 보수적인 업무 문화를 지적했다. 임유경 팀장은 같은 AI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다른 답변을 받는 ‘환각 현상’과 ‘사용자 역량’에 따른 AI 활용 격차를 언급했다.

그럼에도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법률 전문가들이 전략적이고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톰슨로이터코리아 홍성일 상무는 “생성형 AI는 마치 ‘날아다니는 표적’과 같아 기술이 완성되길 기다리기보다 변화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AI는 선택 아닌 생존, 신뢰 기반 ‘연결 인프라’ 구축 시급

방영선 톰슨로이터 아시아 및 신흥시장 사업개발 총괄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법률 업계의 AI 기술 인식이 “2023년 기대 → 2024년 실험을 거쳐 2025년인 지금은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는 위기인 시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 기술, 그리고 속도와 규모를 급변하는 전문가 환경을 주도하는 세 가지 핵심 요인으로 꼽으며, 법률과 규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및 신흥시장 전문가의 80%가 AI가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으나, 동시에 37%는 실질적 도입 속도가 여전히 너무 느리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도입의 시기와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방 대표는 “AI 기술 도입의 핵심이 단순한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의 유기적 연결과 신뢰 기반의 콘텐츠 통합이며 AI가 기업 전체의 전문성과 연계돼야 할 ‘연결된 기술 인프라(Connected Technology Infrastructure)’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톰슨로이터는 전문 콘텐츠와 AI 기술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을 강화하고, 전사적으로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AI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내재화-협력-인수(Build–Partner–Buy)’라는 독자적인 혁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재화’ 전략에 따라 2500명 이상의 콘텐츠 전문가와 4500명의 기술 인력, 300명 이상의 AI 엔지니어 및 데이터 과학자를 통해 자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협력'은 매년 2억달러 이상을 책임감 있는 AI 제품 개발에 투자하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인수’ 전략을 통해 지난해 한 해에만 16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M&A를 단행하며 AI 기반 기술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방영선 대표는 “혁신은 유용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며 “톰슨로이터는 고객들이 AI와 리걸테크가 결코 멀고 어려운 기술이 아님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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