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안전한 AI 개발 위한 보안 인프라 필수
중소기업 중심의 보안 산업, 현실적인 지원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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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석주원 기자] 최근 SK텔레콤의 유심(USIM) 데이터 유출 사고를 비롯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보안 체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인프라가 디지털 기반으로 구축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이버 보안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보안이 뚫려 데이터 침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작게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부터 기업의 기술 정보, 나아가 국가 보안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밀 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보안 산업의 성장 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은 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2024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사이버 보안 매출은 6조1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시장조사기업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2023년 전세계 사이버 보안 시장 규모를 1724억달러(약 238조원)로 평가하며 2032년까지 연평균 1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사이버 보안 산업은 세계 시장과 비교해 매출면이나 성장률 모두 크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이재명 새 정부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강조하고 있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수집, 보관,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여기에는 안전한 데이터 보호를 위한 사이버 보안 인프라도 빠질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이버 보안 강화 ▲범정부 차원 사이버 보안 대응체계 구축 ▲민·관의 협력을 통한 사이버 보안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기존의 망 중심 보안 체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은 AI 시대를 위한 데이터 자원의 중요성을 새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부의 사이버 보안 정책에서 지적할 부분도 없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중대 피해 예상 시 전 국민 즉시 공지 의무화를 약속했는데 개인정보 유출 자체가 이미 중대 피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SK텔레콤 보안 사고에서도 SK텔레콤 관계자들이 2차 피해 발생 시 보상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비판받은 바 있다. 개인정보 유출 자체가 큰 피해임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피해 구제 및 보상 등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있다.

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기구의 도입과 대응체계 일원화도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이버 보안 관련 기관은 국가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어 사고 발생 시 관리 체계 간 혼선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보안 사고 발생 시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 기업이 공공 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보안 인증 발급 기관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

국내 보안 산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 확보도 살펴봐야 한다. 국내 보안업계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개발 인력과 연구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은 814개로 집계되는데 전체 매출을 기업 수로 나누면 기업당 평균 75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셈이다.

새 정부는 사이버 보안 기술의 다양성 확보와 핵심 기술 국산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AI 등 신 기술 도입과 활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주는 보안 인프라를 먼저 튼튼하게 육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사이버 보안 관할 기구와 예산이 어떻게 지원될 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보보호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보안 예산 확대, 개발자 채용 지원 정책 등 보안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실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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