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손배 책임 100% 인정한 ‘첫 사례’
“수익성·재무건전성 부담 증가 및 신용도 악영향” 전망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신한자산신탁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신용평가사는 신한자산신탁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부장판사 최누림)는 새마을금고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신한자산신탁이 256억원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신탁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는 여러 건의 소송 중 1심 판단이 나온 첫 사례다.
이 대주단은 지난 2022년 5월, 경기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 신축·분양 사업에 돈을 댔다. 이들은 시공사가 약속한 기한까지 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미상환 대출 원금 256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피소된 쪽은 시공사가 아닌 신탁사였는데, 신탁계약 수탁자로 나선 신한자산신탁이 대주단의 손해를 대신 배상하기로 사전에 약정(책임준공확약)했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신탁 측은 물류센터 시가(약 403억원)가 원리금보다 많아 매각 등을 통해 상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법원은 신한자산신탁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책임준공확약서에 대주의 손해를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명시한 것이 민법 제389조에서 규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는 대주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신한자산신탁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이번 1심 판결로 인해 신한자산신탁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은 “신한자산신탁의 자본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에 따른 손실 부담은 감당할 수 있겠으나, 진행 중인 다른 소송이 패소로 이어질 경우 재무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현재 계류 중인 소송 대부분이 동일한 쟁점을 다투고 있는 점은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나머지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말 기준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해 계류 중인 소송은 이번 건을 포함해 총 10건으로 소송 금액은 2686억원에 달한다”며 “그러나 회사의 충당부채 규모는 100억원대에 불과해 패소에 따른 대출원리금 전액 인수 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소송 관련 사업장 대부분이 준공돼 담보자산으로 확보돼 있으나, 사업장이 주로 물류센터·지방소재 생활형숙박시설·호텔·오피스텔 및 복합시설로 매각 및 공매가 쉽지 않고 회수 금액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한기평은 신한자산신탁이 이번 소송 결과로 인해 책임준공기한 미이행에 따른 손실부담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진행 사업장의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한 공사비 투입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말 기준 책임준공기한 미이행 사업장은 21개이며, 관련 PF대출 한도와 잔액은 각각 1조6000억원, 1조3000억원이다. 한기평은 “이 중 일부 사업장이 계획 대비 공정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책임준공기한 준수를 위해 추가 공사비 투입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가 공사비는 PF대출 후순위에 해당해 충당적립률이 높고 이에 따라 대손 비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시공사 책임준공의무 미이행 사업장은 기투입 신탁계정대여금 회수 가능성 저하로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한기평은 내다봤다.
한기평은 “대부분의 사업장이 중소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어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기한 초과 사업장에 대한 소송 확산 가능성이 잠재하며, 공정지연 사업장이 회사의 책준기한 초과로 이어질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기평은 “신한자산신탁이 신규 수주 감소 등으로 인해 2025년에도 영업실적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심 패소 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될 경우 신용도에 재차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한기평은 수익성 악화와 재무건전선 지표가 큰 폭으로 저하된 점,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 관련 재무부담 모니터링을 이유로 신한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한기평은 신한자산신탁의 1심 소송 결과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한기평은 “부동산신탁사의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장은 233개로 추산되지만,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온 금융그룹과 보험계 신탁사를 중심으로 책임준공 기한 초과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고 관련 소송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판결이 책임준공확약 손해배상 관련 최초 판결인 만큼 업게 내 다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대주단의 소송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부동산신탁사 전반의 재무부담에 대해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