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용호·추형욱 투톱체제 개편…박상규 대표 1년여만 하차
E&S 합병에도 실적부진 장기화·엔무브 IPO 지연 등 발목
“CEO라도 언제든 교체” 신호 초강수…구조조정 가속 전망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연합뉴스 제공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실적 부진 장기화로 1년여 만에 사령탑을 교체하는 이례적 인사를 감행했다. “최고경영자(CEO)라도 언제든 바꾼다”는 압박이 조직 내 작용하는 가운데 향후 SK이노베이션 구조 조정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장용호 총괄사장과 추형욱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장용호 총괄사장, 추형욱 대표이사 체제가 박상규 전(前) 사장을 대신해 SK이노베이션의 체질 개선과 SK엔무브 기업공개(IPO) 지연에 따른 재무 구조 건전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장용호 SK㈜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해 SK이노베이션 사업 전반을 지휘하고 추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대표로 SK이노베이션과 E&S 사업 시너지 가속화를 맡는다.

박상규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직에 올랐는데 이사회에서 교체가 확정, 1년 2개월 만에 물러났다. 박 전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졌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임이 SK이노베이션 최근 경영 난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그룹 대표적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 E&S와 합병, 자산 105조원 규모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재출범을 알렸다.

일시적 합병 효과로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최근 4개 분기 중 지난해 4분기를 빼고 모두 적자를 볼 만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석유화학, 정유 부문 침체가 지속된데다 전기차 캐즘(신기술 확산 후 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에 신규 사업으로 낙점한 배터리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박 전 사장이 주도해온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이 지지부진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당초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SK엔무브 상장으로 안정적 자금 조달을 모색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3월 제18차 정기 주총 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SK엔무브는 기유(석유계 윤활유 주원료) 시장 세계 1위 업체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절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IPO를)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방안 미흡을 이유로 제동을 걸며 네 번째 상장 도전도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입 부담이 계속 불어나며 재무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SK이노베이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 차입금은 49조3241억원이다.

이 중 순차입금이 32조8531억원에 달하고 부채 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주력 사업장이 이제 막 적자에 들어선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재무 불안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1년여 만에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며 ‘사장이라도 언제든 바꾼다’는 분위기가 내부에 흐르는 것도 향후 경영 변수로 꼽힌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3년 말 정기인사 전인 10월에 실적 부진 계열사 3곳(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온) CEO를 교체했다.

특히 오종훈 전 SK에너지 사장은 선임 1년도 되지 않아 물러났다. 나경수 전 SK지오센트릭 사장의 경우 대표적 친환경 신사업인 울산 ARC(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프로젝트 속도조절 시사 직후 자리에서 내려왔다.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 신규 투톱체제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SK그룹의 강도 높은 재조정(리밸런싱)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그룹 내 리밸런싱이 이어질 것”이라며 “사업 및 포트폴리오 조정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